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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두 업체의 대결에서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 자격을 KTF(옛 한통프리텔)가 따내면서 일단 KT가 SK텔레콤의 기선을 제압했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이 손을 놓고 있을리는 만무. SK는 우리나라 축구팬의 상징인 붉은악마를 잡는데 성공하면서 대반격에 나섰다.
영화배우 한석규가 등장해 ‘먼저 박수 다섯 번’,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며 국민 응원 연습을 하는 붉은악마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축구사랑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자, KT의 뒷다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광고는 의외의 반응을 이끌어내자, 2백억원이 넘는 거액을 내고 공식 후원권을 따낸 KTF는 아연실색했다. TV 시청을 하는 일반인들의 경우 공식 후원사가 어디인지, 월드컵 이벤트의 ‘적자’가 누군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두 통신업체들의 불꽃튀는 경쟁 의식이 숨어 있다. 수백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던 KTF가 허를 찔린 것은 붉은악마 때문.
국내 1위 이동통신서비스 업체이면서도 방심하다가 지난해 가을 공식 후원권을 KTF에 넘겨준 SK텔레콤의 사정은 다급했다. 공식 후원권이 없으면 월드컵 잔치에 기껏해야 ‘한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16강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곁불 쬐는 마케팅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선 차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여기에 국제축구연맹에 수백억원을 냈지만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에 ‘소극적인 접근’을 한 KTF의 실책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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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석규가 출연한 SK텔레콤 CF. | ||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한 통신회사가 최근 찾아와 붉은악마의 광고 출연을 요구하며 “팬티까지 홀딱 벗어 광고비를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3천만원 이상은 주지 못한다”고 해 붉은악마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붉은악마는 이들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고 이 통신회사의 라이벌사인 SK텔레콤과 3억원에 광고계약을 맺었다. 물론 붉은악마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축구 사랑 캠페인’에 한정했다. 붉은악마가 대거 출연한 광고가 그것.
그러나 SK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응원 광고편에서 011과 SK텔레콤이라는 브랜드를 적는 것 외에는 다른 멘트는 사용하지 못했다. 붉은악마가 기업광고에 구체적인 내용은 쓰지 못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붉은악마쪽의 고심이 반영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 축구의 힘. 스피드 011’이란 연결 문구가 들어가는 지면광고의 경우 붉은악마 광고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이후에도 SK텔레콤은 월드컵 기간 중 한국팀 경기장까지 응원단을 특별기차로 수송하는 레드트레인, 본선 경기중 대학로에 운영하는 레드스타디움 운영 등 주로 응원을 통한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SK텔레콤의 ‘붉은악마 응원광고’ 시리즈를 이번 월드컵 매복 마케팅의 대표선수로 꼽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붉은악마 후원이란 SK텔레콤의 역습에 허를 찔린 KTF는 자사의 영문 이니셜이기도 한 ‘Korea Team Fighting’이란 응원 문구를 광고를 통해 집중 홍보하고 ‘코리아팀화이팅’이란 응원단 결성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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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공식 후원사 KT의 지면광고. | ||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약간의 채도차만 있을 뿐 두 응원단 모두 붉은 응원복으로 통일했고, 한쪽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도 장단에 맞춰 같이 연호하고, 파도타기를 할 때 응원단복의 채도 차 때문에 파도가 끊어지는 법이 없다. 응원 현장에서는 어느 기업의 후원을 받았는지는 사소한 문제로 전락해버린 것.
재미있는 것은 붉은악마가 배포한 공식 응원가 음반에 KTF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것. 제작과 배포에 KTF가 후원한 것. 때문에 코리아팀화이팅이든, 붉은악마든 응원가가 같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월드컵 이미지, 축구 열기에선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였던 SK텔레콤과 KTF가 월드컵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고 나선 어떻게 월드컵 효과를 살릴지 궁금해진다. 현재로선 일단 공식후원권을 확보한 KTF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KTF는 모회사인 KT와 함께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로서 경기장 주변에 둘러쳐진 광고보드 2개를 확보해 경기중계와 함께 자동적으로 로고가 내보내지기 때문이다. 방송가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 통신업체에 배정된 1백20억원의 물량 가운데 80억원을 KT그룹이 차지했고 이중 반 정도가 KTF에 배정됐다는 것.
월드컵 기간 중 SK텔레콤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1천6백만 명. KTF는 최근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이동통신시장은 최근 들어 SKT와 KTF,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듯한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