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국에 접근하는 것도 이제는 중국시장이 미국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는 이념보다 장삿속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우연히 117년 전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쓴 글을 봤다. 그 시절 미국에 유학하고 온 엘리트였다. 그가 1902년 6월에 발표한 글은 이랬다.
‘일본은 나쁜 나라지만 미국은 좋은 나라라고 하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을 세계에서 제일가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자전거제조업 한 가지만 보더라도 양쯔강 연안을 미국 상인을 위하여 개척한다면, 그리고 중국인 청년 한 사람마다 자전거 한 대씩 꼭 갖도록 만들기만 하면 미국의 자전거제조업자는 제품의 재고를 남길 우려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필리핀을 점령해 두면 미국이 중국무역을 보호하는데 대단히 유리하다고 한다. 1902년인 오늘 현재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법률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꾸며진다. 대통령과 주지사들은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청교도 정신이 지배한다는 미국에서 가장 세력이 있는 사람은 믿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인 가운데 어떤 사람은 돈을 가리켜 ‘전능하신 돈님’이라고 한다. 이것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이다. 그들은 돈에 끌려 다니는 나라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전해주는 평화의 나라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에 자유와 독립을 애원하고 있지만 그들은 조금도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 그들이 필리핀 군도를 공격한 것은 돈 때문이다. 동양 무역의 주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은 필리핀 인민의 자유를 빼앗았다. 중국과 무역해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 그들이 동양정치에 참여하는 주요동기다.
그들은 쿠바 국민을 도와 스페인 사람을 내쫓았지만 무보수로 한 것이 아니다. 대가로 푸에르토리코의 비옥한 섬을 빼앗아 가졌다. 미국의 어떤 이는 쿠바까지도 미국의 영토로 삼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제퍼슨의 유명한 독립선언문은 이제 와서는 겨우 몇 사람에게 존중받을 뿐이다. 워싱턴과 링컨이 건설한 미국도 이쯤 되면 정신적으로 끝장이 났다. 그들이 획득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뿐이다.
117년 전 미국과 오늘날의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트럼프 개인도 여의도 아파트에 자기 이름을 쓰게 하고 칠십만 불을 챙겨간 장사꾼이다.
장사꾼이 판치는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지혜를 발휘하고 유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시리아에 파병을 하고 미국과 FTA협상도 하고 소고기도 들여오고 대통령이 되어서의 현실적인 행동은 달랐다.
일본과 미국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나라다. 과거에 묶여 일본에도 감정적인 것 같다. 현 정권이 너무 이념이나 이상에 흘러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