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넘어 경영 승계까지 빅픽처?…BGF “현재로선 예측 어려워”
지난 5월 BGF그룹 지주회사 (주)BGF는 홍정국 BGF 부사장이 홍석조 BGF 회장 지분 9%와 홍 회장의 아내 양경희 BGF복지재단 이사장 지분 0.51%, 총 9.51%의 지분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홍정국 부사장은 (주)BGF 지분 10.3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홍석조 회장은 홍정국 부사장과 홍정혁 BGF 상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홍정국 부사장은 (주)BGF 전략부문장과 BGF리테일 경영전략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홍정혁 상무는 BGF의 신사업개발실장으로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거래로 경영 승계가 임박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27일에는 (주)BGF가 BGF에코바이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BGF에코바이오는 친환경제품 제조 및 가공 판매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홍정혁 상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주)BGF가 보유한 BGF에코바이오 지분은 83.3%이고, 나머지 16.7%는 홍정혁 상무가 갖고 있다. BGF에코바이오 설립 역시 홍 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지난 7월 3일에는 BGF에코바이오가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KBF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목적은 “친환경 및 바이오 소재 관련 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 KBF는 생분해성 발포 플라스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으로 플라스틱의 재활용이나 수거 등의 과정 없이 매립만으로 6개월 이내 완전 분해가 가능한 기술 특허 7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홍 상무가 추진하는 신사업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홍 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건 재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올해 우리 나이로 각각 38세와 37세로 승계 작업이 진행되도 이상할 나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홍정혁 상무가 보유한 (주)BGF 지분은 0.03%에 불과해 형인 홍정국 부사장에 비하면 지분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지난 5월 지분 거래에서도 홍정혁 상무의 지분 매입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홍정혁 상무가 가진 지분이 적긴 하지만 최근 신사업을 주도하는 등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홍 상무의 행보를 놓고 향후 경영승계 과정에서 BGF의 일부 사업을 그룹에서 분리해 계열 분리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로선 BGF그룹에서 편의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일부 사업군을 모아 계열 분리를 한다는 분석이다. BGF에코바이오에 홍정혁 상무 지분 16.7%가 투입된 것도 이러한 설득에 힘을 실어준다. BGF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계열 분리 등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시나리오는 BGF그룹의 신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둬야 가능성이 높다. 이건준 BGF 사장은 “친환경 소재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에코·바이오 산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과 더불어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BGF에코바이오의 초기 자본금은 300억 원에 달했다. BGF에코바이오가 KBF를 약 33억 5000만 원에 인수한 걸 감안하면 추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BGF 관계자는 “KBF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우리가 인프라를 보강하면서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다”라며 “(추가 M&A에 대해서는) 시너지가 날 만한 것이 있으면 검토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기존 기술을 통해 인프라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비단 승계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편의점 업체의 신사업 투자는 중요하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점포수의 월평균 증가율이 하락세에 있는 등 편의점만으로는 이전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시장이 최근 시장포화 및 근접 출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환경이 좋지 않고, 편의점 업계 출점 자율규약 및 가맹점 상생안 마련 등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현대 편의점은 택배, 금융 서비스 등 유통업을 넘어 사회복지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BGF그룹의 신사업개발실도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GF 관계자는 “다른 구체적인 신사업 계획은 아직 없지만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향후 발전 가능성 있는 분야가 있으면 투자를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검사 출신 기업인’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누구?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1953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소위 엘리트 출신이다. 그는 1976년 사법고시에 합격, 1981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공직에 입문됐다.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1월, 당시 광주 고검장이었던 홍 회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홍 회장이 검사들에게 삼성의 ‘떡값’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2007년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면서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고 독자 편의점 브랜드 CU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명도 BGF로 변경했다. 홍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BGF 최대주주였다. 그 배경에는 홍 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라는 가족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아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동생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그의 형이다. 홍 회장의 출신 때문인지 BGF 임원들 중에는 검찰 출신이 유독 눈에 띈다. 이춘성 전 BGF 감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출신이었고, 한상대 BGF 사외이사는 2011년 8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검찰총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