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가맹점주와의 상생과 투자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BGF “아직 정해진 것 없어”
지난 1월 BGF리테일 측은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BGF그룹의 지주회사 (주)BGF가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정보서비스업’ ‘별정통신사업’ ‘통신공사업’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할 예정인 것도 눈에 띈다.
다만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어 BGF리테일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지분 투자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면서 편의점 CU 운영법인인 BGF리테일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CU 지점. 사진=고성준 기자
BGF리테일의 라이벌이자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케이뱅크 지분 9.26%를 갖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GS25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등 각종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케이뱅크 고객들을 대상으로 GS25에 있는 CD기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며 “은행은 지점을 축소하는 분위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입금, 출금 등의 서비스를 가까운 편의점을 통해 이용하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 이용자가 GS25를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고객들이 CD기만 이용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등 연관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을 제외하면 별 다른 사업이 없는 편이다. 물류 계열사인 BGF로지스와 씨펙스로지스틱, 식품 계열사인 BGF푸드 등도 CU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회사다. BGF리테일 측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CU 점포 수는 1만 2503개로 전체 편의점의 34%를 차지한다.
또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매출 규모는 20조 원이 넘으며 매년 10%씩 성장 중이다. CU가 편의점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BGF리테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잠정)은 각각 5조 7759억 원, 1895억 원이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 건물.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최근 BGF리테일의 근간이 되는 CU 내부에서는 가맹점주와 회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CU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1월부터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계약기간 동안 최저임금 수준으로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 △폐점 위약금 철폐 및 희망폐업 시행 △지원금 중단 압박을 통한 사실상 24시간 영업강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CU 편의점주들과 본사의 상생협약을 위해서 양측에 대한 면담 및 직간접인 조율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향후 민생연석회의는 CU 상생협약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 지원 및 중재 등을 통해서 편의점 업계의 사회적 대화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점주들이 요구하는 최저수익 보증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표준계약서도 긍정적으로 수용해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50%를 회사가 부담한다는 등의 내용은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BGF리테일의 해명에도 CU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8일 ‘CU 점주들 상생촉구 농성 100일 떡 나눔’ 행사를 가지면서 사측을 비판하는 등 갈등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BGF리테일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각에서는 “상생은 하지 않고 투자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GS리테일이 케이뱅크에 출자한 금액은 총 280억 원. 이는 BGF리테일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총합과 비슷한 수치로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또 GS리테일이 케이뱅크를 통해 각종 시너지 효과를 내고는 있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투자가 어느 정도의 이익으로 다가올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케이뱅크 주주들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컨소시엄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여기에 3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경쟁까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익 없이 비판만 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BGF리테일 경영 승계는 ‘이상 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동생으로 범 삼성가로 분류된다. 홍 회장의 형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고, 동생으로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있다. 2017년 말, 홍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2세 경영 시대를 시작했다. 홍 부사장은 현재 (주)BGF 전략부문장과 BGF리테일 경영지원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전략부문은 신규사업을 개발하는 부서로 최근 입에 오르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도 관계가 있는 곳이다. 비슷한 시기 BGF리테일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주)BGF와 사업회사 BGF리테일로 회사를 분리했다. 홍 회장은 분할 전 BGF리테일 지분 31.81%를 갖고 있었지만 분할 과정에서 BGF리테일 지분 다수를 처분해 (주)BGF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홍 회장은 (주)BGF 지분 62.53%를 갖고 있어 향후 홍 부사장에게 지분을 상속할 때 세금을 모두 부담하더라도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