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측 “주요 성분 변경 고의성, 은폐 없었다” 주장...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마곡에 위치한 코오롱, 코오롱생명과학이 위치한 원 타워(one tower). 사진=이종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인보사케이주 관련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장과 효력정지 신청서를 서울행정법원 및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9일 공시했다. 코오롱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정처분은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처분, 임상시험 계획승인 취소 처분, 인보사 회수·폐기 명령 취소 처분 등 총 세 가지다.
앞서 식약처는 자체 시험검사·현장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은폐했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이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숨긴 뒤 허위 정보로 허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식약처 처분에 코오롱 측은 불복 의사를 밝히며 행정소송을 예고해 왔다.
코오롱 측은 법원에 낸 소장을 통해 인보사 효능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주요 성분이 바뀐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들은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식약처의 결정에 대한 반박일 뿐만 아니라, 같은 사유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및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 투자자와 환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즉, 행정소송 결과에 인보사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행정소송을 시작으로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소송에선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조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며 “이를 (행정)소송 과정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허가취소 전 이뤄진 청문회에선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소명 자료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소명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었다”며 “법원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답변은 법정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소송과 동시에 코오롱은 지난 3월 말부터 ‘임상중지(Clinical Hold)’ 상태인 미국 내 인보사 임상 3상도 서둘러 재개할 방침이다. 한국 상황과 별개로 미국 시장에서 인보사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 논란을 한 번에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안전성 측면에선 식약처에서도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임상재개 작업은 당초 7월 중순으로 예상됐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FDA에 관련 자료 제출을 한 달 가량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 허가 취소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불투명하다. 코오롱 측은 식약처의 자체 시험검사, 현장 조사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가 당시 주요 성분을 잘못 판단했던 이유와 바뀐 경위에 대해서 소명하거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증거가 있었다면 허가 취소라는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자료를 제출했어야 했다”며 “(자료 제출할)시간도 충분히 있었고 허가 취소 결정 이후 소명을 하거나 회사 측이 입증할 수 있는 별도의 청문도 열렸다”고 말했다.
미국 임상재개 역시 전망은 어둡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측은 인보사 안전성의 근거로 지금까지 약물을 투여 받은 환자들에게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그러나 주요 성분 자체가 다른 상황인데다, 여기에 맞춰 기존 자료를 상당부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이 재개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반격 카드를 내밀면서 인보사를 개발한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오롱티슈진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상장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2017년 코오롱티슈진 상장 심사 당시 인보사와 관련해 제출된 서류 내용 중 중요 사항이 허위로 밝혀졌다는 게 거래소의 결정 이유다.
이번 결정에 따라 거래소는 15영업일(오는 7월 26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코오롱티슈진이 이 기간 내에 경영개선계획서를 내면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로 기심위의 심의·의결이 연기된다.
기심위가 만약 상장폐지로 심의한다고 해도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가 다시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거치고 회사 측이 이의신청을 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가 한 차례 더 열리게 된다. 사실상 3심제 방식이다. 최종 상장폐지 결정까지는 최대 2년 반가량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만약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 관련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티슈진의 전체 매출 대부분은 유통이나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고 있고, 인보사 등 바이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다”며 “인보사가 없었더라도 상장은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며 “다만 이번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는 상장 당시 제출한 자료에 대한 허위 기재가 주요 내용이라 결정 여부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소송과 검찰수사 결과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