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 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 “LG유플러스, 알뜰폰 분리 매각해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문제에 ‘알뜰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CJ헬로 사옥 전경. 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는 유료방송에 대한 논의보다 알뜰폰 문제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CJ헬로가 전체 이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알뜰폰 업계만 놓고 보면 맏형 역할을 한다”며 “공정위는 2016년 CJ헬로를 독행기업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독행기업이란 시장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을 뜻한다. CJ헬로가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이통 3사에 맞서 가격·서비스 경쟁을 선도한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당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47.7%(SK텔레콤 및 계열사 46.2%, CJ헬로비전 1.5%)로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업결합을 금지한 바 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은 “LG유플러스는 이통 시장 3위 사업자라 3년 전 SK텔레콤의 인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CJ헬로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도 2016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당시 공정위 판단이 지금도 유효한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날 참고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합병 시 발생하는 시장의 경쟁제한성 은폐를 위해, KT 역시 자사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두려워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인수를 트집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은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국내 이통사들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를 흡수 합병했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이슈에 막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5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전 알뜰폰 사업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알뜰폰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미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한 LG유플러스가 불공정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망 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맏형’ 격인 CJ헬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인 알뜰폰 업계에서 CJ헬로가 상대적으로 덩치 큰 사업자이다보니 도매대가 등 이통사와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LG유플러스의 자회사가 되면 이전처럼 협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기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6535만 9926명) 가운데 알뜰폰 가입자(798만 9453명)의 비중은 12%다. 알뜰폰 시장 내에서 CJ헬로 점유율은 9%에 달한다. KT M모바일, LG유플러스의 미디어로그, SK텔레콤의 텔링크 등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제치고 사업자 1위를 지키고 있다. CJ헬로에서 알뜰폰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지난해 CJ헬로 총매출 1조 1780억 원 가운데 알뜰폰 매출은 2612억 원으로, 디지털TV 사업 부문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그러나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부문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CJ헬로가 지난 2월 공개한 2018년 4분기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는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4분기 85만 7533명이었던 가입자는 2018년 3분기 81만 4678명으로 감소했고, 2018년 4분기 78만 5679명으로 또 급감했다. LTE 가입자 이탈로 사업자의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 역시 전 분기 대비 222원 감소한 2만 3209원을 기록했다.
CJ헬로뿐 아니라 알뜰폰 업계 전반에서 가입자 이탈이 계속되는 추세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2017년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을 철수했고, 이마트도 지난해 4월부터 알뜰폰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알뜰폰 시장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까닭으로 가격경쟁력 약화를 언급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사업자인 통신사에서 설비를 임대하는 만큼 통신사가 제공하는 요금제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통사가 알뜰폰 사업자에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구간의 LTE요금제만 허용하고 신규 요금제를 제공하지 않아 알뜰폰의 강점이었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이통사들이 요금제 경쟁에 나서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알뜰폰업계 다른 관계자는 “선불 가입자가 늘어나 전체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5월 이후 후불 가입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사실상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중이 아니다”라며 “알뜰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과기부에 신규 요금제 제공 등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KB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뜬금포’ 진출 왜? 알뜰폰 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 진출을 앞둬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망 제공 사업자인 이통사들과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조회사를 통해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그 대표주자가 MVNO(알뜰폰) 기반의 금융과 통신 융합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신청해 심사에 통과, 별정통신 사업자에 등록했다. KB국민은행이 선보이는 알뜰폰은 휴대폰 유심(USIM)에 국민은행 인증정보를 탑재해 KB금융그룹의 서비스를 인증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금융회사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사가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가 있는 데다 KB국민은행의 진출 방식은 형태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은 금융시장에서 타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우위를 잡기 위한 마케팅의 일종으로 기존 알뜰폰과 다른 양상인 데다 (규제 샌드박스 허용에 따른) 시간적 한계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떠들썩하게 진출했다가 손해를 보고 퇴장한 대형 유통사 사례처럼 결코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 철수시에는 가입자를 다른 업체에 넘겨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KB국민은행의 경우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