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 시작해 7일간 논스톱 진행…한국 10·중국 17·일본 3명 32강전 격돌
이영구(왼쪽)는 중국 강자 판윈뤄에게 백 불계승을 거뒀다. 8년 만에 밟는 본선 무대다.
[일요신문] 7월 첫 주, 한국기원 2층과 4층 대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프로기사들로 북적였다.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합예선이 열리는 기간이었다. 한국 217명·중국 95명·일본 41명·대만 23명과 월드조 16명까지 세계 각국에서 392명이 출전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본선행 티켓은 19장이다. 일반조가 14장이고, 시니어조 2장·여자조 2장·월드조 1장을 준다. 한국은 이영구·강동윤·허영호, 서봉수(시니어조, 74년 이전 출생), 최정(여자조)까지 다섯 명이 통합예선 벽을 뚫었다.
통합예선 결승에서 강동윤(왼쪽)은 중국의 펑리야오를 백 불계로 꺾었다. 3년 만에 본선에 나선다.
일반조 통과자 세 명(이영구·강동윤·허영호)은 모두 80년대에 태어난 30대 기사다. 한국 젊은 신예기사들이 모두 탈락했다. 33세 허영호가 이번 일반조 통과자 중에선 최고령이었다. 중국은 통합예선 통과자 12명 중 11명이 1990년 이후 태어난 젊은 기사라 대비되었다. 중국언론에선 이 결과에 기뻐하기보단 판윈뤄·리쉬안하오 같은 일류선수가 30대 한국 노장(?)에게 진 걸 더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33세의 허영호(왼쪽)가 리쉬안하오를 꺾었다. 허영호는 2010년 15회 삼성화재배 준우승자다.
이창호는 1회전에서 펑리야오에게 패했고, 이세돌은 4강까지 올랐지만 왕쩌진에게 졌다. 일본선수 중 예선통과자는 시니어조에 나선 조선진 한 명뿐이다. 2000년 5회 대회 이후 19년 만에 다시 본선무대를 밟는다. 이번에도 아마추어 선수 12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금지우 선수가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미국·유럽·남미 등 12개국에서 온 선수들이 월드조에서 16강토너먼트를 벌였다. 프랑스 탕귀 르카르베가 우승했다. 탕귀는 지난 6월 열린 유럽 프로입단대회에서 프로가 된 선수다.
여자조에서 한국선수 본선진출자는 최정 9단(오른쪽)이다. 예선결승에서 조승아 선수를 꺾었다.
통합예선은 자비출전이다. 결승까지 가더라도 지면 대국료가 없다. 반면 본선 32강 진출자부터 패자상금 500만 원이 있다. 16강 패자 1250만 원, 8강 패자 2500만 원, 준결승 패자 5000만 원이다. 토너먼트 각 라운드마다 거의 두 배씩 올라간다.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삼성화재배 전기 우승자는 커제 9단(왼쪽)이다. 결승 3번기 2-0 승리 후 안국현 9단과 복기하는 모습.
시드를 받아 본선으로 직행하는 기사는 13명이다. 본선 시드는 한국 5명(김지석·박정환·변상일·신민준·신진서), 중국 5명(커제·셰얼하오·탕웨이싱·양딩신·천야오예), 일본 2명(이야마 유타·쉬자위안), 와일드카드 1명(미정)이 받는다. 전기 준우승자 안국현이 군입대해서 변상일이 대체선수로 나섰다.
본선 개막식은 8월 29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대회방식을 바꿔 32강 토너먼트부터 결승전까지 논스톱으로 진행한다. 32강전이 8월 30일 시작하고, 결승 3번기가 9월 4일부터 이어진다. 단 일주일 만에 우승자가 가려진다.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9회, 일본 2회다. 전기 우승자는 중국기사 커제 9단이었다. 중국 우승 9회 중 3회(2015·2016·2018)를 커제가 해냈다. 이번엔 누가 커제의 독주를 막을까.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 돋보기] 서봉수, 통쾌한 복수 2019 삼성화재배 통합예선결승(2019.07.5)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284수, 흑 5.5집 승 서봉수(왼쪽)와 유창혁의 통합예선 결승대국. 조훈현·유창혁이 없는 시니어 바둑 세계에선 서봉수가 왕이었다. 어느 대회를 나가도 우승 후보였다. 각종 기념 대국과 행사에 섭외 1순위였다. 2년 반 만에 유창혁이 승부사로 돌아오며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남모를 가슴앓이를 했던 서봉수. 공식 대국에서 유창혁에게 3연패까지 당했다. 통합예선결승, 프로에게 생명과 같은 대국료 유무가 엇갈리는 큰 판에서 두 노장이 다시 만났다. 서봉수는 이 판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최고령 본선진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화재배 열세 번째 본선 진출이다. 장면도1 #장면도1 반발이 과했다 초반전은 서로 무난한 진행이었다. 백이 좌하귀 삼삼 침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백6 끊고 백8로 버리는 변화가 좋지 않았다. 흑9로 한 점을 따내자 귀에 집이 튼실하다. 이어 흑11로 멋지게 붙여 활용하고 15로 훨훨 날아버리니 백 세력이 볼품없다. 참고도1 #참고도1 중앙이 먼저다 AI(릴라제로)는 백4 이후 최선으로 다음 참고도를 제시한다. 백6으로 그냥 이어도 백8로 끊을 타이밍이 나온다. 흑11로 좌상귀를 지키면 백12로 먼저 중앙으로 향한다. 장면도2 #장면도2 흑 승리확률 90% 서봉수가 손바람을 냈다. 중앙 패싸움 결과 흑은 두터운 모양을 얻었다. 좌상귀 주인은 백으로 바뀌었다.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백이 약간 불리하다. 이어진 백10이 이 바둑의 패착이다. 흑이 사는 맛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작은 곳이었다. 백10을 두자 AI 승률도 10% 이하로 추락했다. 흑15까지 두어선 백이 중앙에서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후는 서봉수가 완벽한 마무리로 반면을 정리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참고도2 #참고도2 중앙을 넓혀라 AI는 우선 우상귀부터 응수타진하면서 백12까지 중앙에서 판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아직 백이 불리하지만, 이렇게 두고 기회를 기다리면 긴 바둑이었다. 박주성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