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거르는데 고작 하루?
유한대는 4월 24일 제7대 총장으로 김현중 교수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나온 내부 총장이었다. 이제껏 외부 인사만 총장으로 선출됐던 유한대라 총장 초빙 공고가 내부에 올랐을 때만 해도 학교 분위기는 좋았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고 학교 내부를 훤히 아는 사람이 총장이 되면 더 좋은 학교가 되리라는 기대가 학내에 가득했다.
유한대 총장 초빙 공고와 하루만에 결정된 비추천 문자
하지만 총장 선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던 까닭이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제출된 지원자 서류 검토에 딱 하루만 썼다. 지원 서류 마감기한은 3월 22일 금요일 자정이었는데 주말을 제외하면 월요일인 25일 단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11시 30분 지원자 일부에게 “총장후보자에 추천되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위원장 명의의 탈락 문자를 보냈다.
위원장 명의의 문자였지만 교직원 그 누구도 위원장 존재를 알지 못했다. 복수 이상의 교직원에 따르면 위원회는 총장 선출 관련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장이 누군지, 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선출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공개는 전혀 없었다.
유한대의 이런 총장 선출 방식은 주요 사립대가 시행해 온 간선제와 매우 달랐다. 유한대와 같이 간선제를 택한 연세대는 후보자 등록 이후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학교법인 이사회에 총장 후보 4인을 추천한 뒤 교수평가단의 옥석 고르기를 거친다. 숙명여대는 재직 교수 과반 이상이 출석한 교수회의에서 총장 후보 예정자 5명을 선출하고 이 가운데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해 이사회에서 결정토록 한다.
후보를 추리는 과정도 문제였다. 주요 사립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소 2주에 걸쳐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고 미래 가능성을 계산한다. 총장으로 지원한 사람의 포부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고 스스로의 학사 계획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유한대는 지원자 파악에 딱 하루를 쓰고 탈락 소식을 돌렸다. 지원자의 이력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이와 같이 밀실 인사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유한대가 공언했던 학교 구성원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한대와 교직원 간 단체협약 제48조에 따르면 유한대는 구성원이 민주적 총장선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구성원 참여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교내에서는 이번 밀실 인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범석 경영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보직을 두루 거친 교수들이 대거 지원할 거라 난 들러리밖에 서지 못할 것이지만 재단 이사 앞에서 유한대의 미래 발전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며 “유한대가 유일한 박사님의 정신을 계승한 학교라면 또한 이왕 교내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한다면 좀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총장 선거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이건 간선제라기 보단 그냥 임명에 가깝다. 차라리 간선제 탈이라도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장 선출을 두고 간선제 형태만 띤 임명제 방식이었다는 ‘총장 내정설’이 돌았다. 김현중 총장과 유도재 이사장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었다고 알려졌다. 복수 이상의 교직원에 따르면 김 총장은 보직 교수 시절부터 유 이사장에게 날마다 문안 인사를 갔다.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김 총장의 답변 탓에 총장 내정설에 무게가 실렸다. 김 총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총장후보자추천위원장이 누구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총장 후보 탈락 문자를 보낸 건 학교법인 유한학원 사무국이었다. 18일부터 여러 차례 연락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유도재 이사장은 “몸이 좋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 현 총장과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이에 김현중 총장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절차대로 됐다. 그런 식의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