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인 교사도 관사로 불러 술 강권…교장 “단합 차원에서 했는데 깊이 반성”
복수 이상의 경기도 화성 서부 지역 한 초등학교 교직원에 따르면 2018년 3월 이 학교 수장이 된 A 교장은 교직원과 함께한 회식 날 노래방에 가면 자주 도우미를 불렀다. 몇몇 교직원은 이런 교장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느껴 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럴 때면 교장은 교사를 빼고 행정실장과 노래방에 가거나 혹은 “도우미는 안 부르겠다”고 말한 뒤 교사까지 노래방에 가도록 강권했다. 결제는 모두 행정실장 몫이었다.
이 교장의 음주가무 강권은 오랜 습관이었다. 2018년 7월 14일은 학교 친목회에서 주최한 야유회 날이었다. 친목회비가 어느 정도 쌓인 때였다. 한국 사회의 초등학교에는 여전히 친목회라는 악습이 남아있다. 모든 교직원은 친목회 가입이 강제되고 월 3만 원씩 급여에서 자동 차감된다. 이 돈은 보통 교장의 입맛에 따라 야유회 비용 등으로 쓰인다.
오전 8시 교직원이 학교에 모여 관광버스에 올랐다. 한 교직원에 따르면 교장은 이미 만취 상태였다. 차에 오르자마자 일부 교직원을 지명하며 “이 새끼야. 너 일로 와라”라고 하는 등 차례로 교직원을 불러 술을 먹였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까지 가는 2시간가량 동안 교직원은 교장의 강압적인 박자에 맞춰 비틀거리는 차 안에서 음주와 춤 강요를 견뎌야 했다.
교장이 야유회 도중 교직원을 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교직원을 태운 버스는 점심 때쯤 안면도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식사 때 교장은 교직원 여러 명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한 여성 교직원이 들어왔다. 교장은 이 여성 교직원에게 술을 권했다. 이 여성은 “저 술을 잘 못 마셔요”라며 거절했다. 교장은 “네가 안 먹으니까 다 안 먹는다”며 다그쳤다. 이를 보다 못한 다른 여성 교직원이 이 여성을 대신해 술을 마셔줬다.
점심 식사가 끝난 뒤 교장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까 술을 거부한 여성 교직원을 불렀다. 그러면서 “너 일로 와서 앉아라. 손 내밀어. 너 한 대 맞아야 된다. 똑바로 펴라”라고 한 뒤 주먹으로 여성 교직원의 손을 때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네가 제대로 안 하니까 다들 술을 안 마시는 거다.”
교장의 만행은 강권과 폭행에 그치지 않았다. 성희롱적인 발언까지 곁들여졌다. 안면도 야유회가 끝난 뒤 들른 휴게소에서 “화장실 안 가셔도 되냐”는 교직원의 질문에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나는 XX가 길어서 안 가도 돼”라고 했다. 주변 교직원은 이 말을 듣고 경악했다. 야유회에서 한 교직원은 학교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이기까지 했다.
교장의 음주 강요는 수업 외 시간에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2018년 8월 24일 태풍 솔릭으로 학교가 휴업한 날 교장은 교직원 몇 명을 관사로 불러 술을 권했다. 휴업한 날만 술자리가 벌어진 게 아니었다. 앞선 2018년 5월 4일 오전 9시 25분쯤 한 교직원은 “관사로 오라”는 동료 교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관사에서는 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이미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수업 중인 교사도 예외는 없었다. 수업과 관계 없이 교직원은 차례차례 불려갔다. 올해 있었던 수학여행 때도 학생이 모두 잠들면 음주 타임이 시작됐다.
술자리에 도착한 교직원은 애주가 교장의 단골 술주정을 들어야 했다. “나 이제 교장이 아니고 형이다. 맥주 먹을래 안 먹을래. 야. 나 다 있어. 코냑도 있고 다 있어. 내가 애주가인데 그게 없겠냐. 중국술 56도 짜리도 딱 있어. 그거 한 잔 먹으면 ‘아~’ 이렇게 돼. 술 많다 나. 개인적으로 저장해 놓은 게 많아. 고급술 내가 한 번 보여줄 거야. 한번 먹어봐. 향이 좋을 거야”라는 내용이었다.
자주 취해 있던 교장에겐 좋은 습관 하나가 있었다. 음주운전을 가급적 피하는 습관이었다. 교직원에 따르면 교장은 아침에 교직원을 관사나 사택으로 불러 대리운전 기사로 활용했다. 관사나 사택에서 술을 마시고 2차가 궁할 땐 자신과 행정실장을 술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요구도 빼놓지 않았다. 출결 처리는 쉬웠다. 교장은 술병으로 아침 출근이 여의치 않을 때 자신의 출결을 지각이나 병가로 달아 놓고 뒤늦은 오후에 출근했다.
노래방 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일요신문 DB
술값은 보통 업무추진비로 결제됐는데 학교의 사후 처리는 치밀했다. 동료 교사와 밥 먹는 자리에서 교장이 마신 술값 영수증은 나중에 식사 영수증으로 둔갑됐다. 1차로 끊긴 영수증에 막걸리 2개가 6000원으로 찍혀있다면 재발행된 영수증에는 세부 내역 없이 합계 금액만 적혔다. 간이영수증은 완벽한 증거가 됐다. 간이영수증상 막걸리 2개는 공기밥 6개로 바뀌는 식이었다. 교장 임용 뒤 출결과 업무추진비 내역, 행정실의 회계 처리 내역 가운데 간이영수증 항목과 재발행된 영수증을 낱낱이 감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은 7월 9일 이 학교를 찾았다. 학교에서 만난 행정실장은 “학부모가 동참한 자리 등에서 술이 돌면 관례상으로 영수증을 돌려 업무추진비로 처리한 바 있긴 했다. 그 외 식사 시간에 그런 건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보통 노래방 도우미를 불렀다. 결제는 대부분 내가 했고 교장이 금액 절반을 내게 송금해 줬다. 업무 외 시간에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장은 자신의 행위 대부분을 인정했다. 교장은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곤 했던 건 사실이다. 다만 학교 돈으로 쓴 건 아니다. 행정실장과 반반 나눠서 냈다”며 “관사로 교직원을 부른 적도 있다. 야유회 때 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도 인정한다. 단합 차원에서 그랬는데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교직원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겠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