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쟁 확립하겠다” →“경제살리기 역행 안해” 알쏭달쏭한 윤 총장 마음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예방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경쟁’을 핵심 가치로 꼽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시장 교란적 경제 행위들에 칼을 뽑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현재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혐의 규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부서를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변경했다. 하지만 특수2부 검사가 특수4부로 이동해 수사인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수사를 담당하던 송경호 특수2부장은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로 승진하고, 한동훈 전 3차장 검사도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지휘라인이 자리를 수직으로 이동하며 수사 연속성과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수4부를 맡은 이복현 부장검사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 부장은 윤 총장과 함께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했고, 박영수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수사, 우병우 전 수석의 민간인사찰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담당했다. 그렇다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도 ‘참검사’로 평가받는 등 인지도가 높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 부장은 특히 기업 수사에 능통하다고 알려졌다.
코오롱 인보사 수사를 이어나갈 중앙지검 형사2부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건을 담당하던 권순정 형사2부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고 신임 강지성 형사2부장이 수사를 맡는다. 강 부장은 김학의 사건 관련 수사팀에 파견경력이 있고,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으로 근무했다. 특허관련 수사경력이 깊어 코오롱 인보사 수사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코오롱 인보사 수사에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의 수사 라인이 바뀌면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게 통상적이다. 또 윤 총장이 7일 국회를 찾아 “검찰의 법 집행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그 배경도 주목을 받았다. 기업 사정이 당장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고려해 삼성과 코오롱 수사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담당한 동부지검 사건들도 화제다. 주진우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저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다.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히고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이 난 직후 사직했다. 한찬식 동부지검장도 윤 총장 취임 전 사의를 밝혔다.
현 정부에서 동부지검 지휘라인이 모두 검찰을 떠나자 비판이 거세다. 동부지검 형사6부는 청와대를 겨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김태우 특별감찰반 수사관 폭로로 인한 사건을 담당했다. 또 강도 높은 수사라고 알려진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집념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부담을 떠안았음에도 검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지휘부 교체로 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이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비리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신한금융으로서는 호재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재판 중이지만 신한카드 채용비리건은 이제 막 수사에 돌입했고, 신한생명은 수사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까지 기간이 지체되기는 하겠지만 수사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임 이정섭 형사6부장은 사임한 주 전 부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고, 담당 수사관들은 변동이 없다.
다만 동부지검이 4월에 기소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아직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부의 고의 재판지연 논란이 일고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