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시상식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 수상
베테랑 여자축구 선수 권하늘이 전한 말이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W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권하늘은 한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다. 대학 시절 2009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황금세대'의 일원이다.
고교시절인 2006년부터 성인 국가대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통산 109경기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첫 센추리클럽(100경기) 가입 선수였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등 연령별 대표 경력을 합치면 출전 경기숫자는 130경기를 넘어선다.
소속팀에서도 오랜기간 자리를 지켜왔다. 대학 졸업 이후 2010년 문경 상무(당시 부산)에 소속돼 꾸준히 활약 중이다. 그 사이 군에서의 계급은 상사가 됐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리그에서의 활약,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권하늘은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함께 리그에서 뛰는 동료들의 투표로 받은 상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이날 그의 수상 소감 역시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남달랐다. 권하늘은 트로피와 꽃다발 등을 내려놓고 절도 있는 거수경례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시상식이 열린 행사장은 곧장 박수와 환호로 채워졌다.
그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많이 떨린다. 축구가 어려운줄 알고 있었는데 이 자리가 더 어렵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어 "개인적으로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되새기는 말이 있다"며 내 자신보다, 내 이름보다 팀을 위해서 미쳐야 한다는 말을 되뇌인다. 동료들을 위해 한 발 더, 열 발 더 뛰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활동량, 강한 압박 등 권하늘의 성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또한 그는 "그간 많은 열정을 불태웠다. 이런 결과(수상)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뜻 깊은 자리에 왔는데 상까지 받을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팀 동료, 코칭 스태프에 대한 감사'만을 외치는 여느 수상 소감과는 달랐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테랑 선수로서의 각오를 전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시상식장은 다시 한 번 박수로 채워졌다.
'황금세대'로 불리며 함께 그라운드를 달궈 온 동료들은 한 두명씩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권하늘의 축구는 한 동안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