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보다 노사갈등으로 더 유명?…플룸테크 출시에도 대대적 홍보 못해
일본 담배 회사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은 ‘JT인터내셔널코리아(JTI코리아)’라는 법인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 JTI코리아는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카멜’ ‘세븐스타’ 등의 담배를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1879억 원의 매출과 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JTI코리아 내부에서는 노사갈등으로 인해 수년째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7년 4월, JTI코리아 노조(위원장 고영현)는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 측은 “그동안 불평등한 임금구조를 사측이 조장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노노 또는 노사 간의 임금격차는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JTI코리아 본사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릴레이 피켓 시위 장면. 사진=JTI코리아 노동조합
고영현 JTI코리아 노조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파업을 시작한 계기는 영업직원과 본사직원의 임금과 경영성과급 격차를 해소하려고 한 것”이라며 “2017년 당시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노조 조합원이었는데 사측은 비조합원 직원의 급여만 협상하고 노조원들의 임금은 아직도 협상하지 않아 현재도 2016년과 같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 측은 노조원들의 임금을 삭감 및 체불해왔다. 심지어 승진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2018년 8월 이후부터는 JTI코리아 대표이사 자리도 공석이었다. 올해 1월 호세 루이스 아마도르 JTI코리아 대표가 취임하면서 노사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JTI코리아 측은 노조에 2021년까지 매년 연봉을 물가상승률+1% 상승시켜주는 안을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은 통계청에서 직전 년도 말에 발표한 직전 년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대비 상승률을 계산해 산출한다. 지난 5월에는 노조 측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별도의 영업 인센티브를 도입안과 영업촉진 격려금 지급안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영업촉진 격려금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에게만 지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위원장은 “임금 협상은 매년 하는 건데 2020년과 2021년 임금까지 지금 합의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물가상승률은 1% 수준인데 여기서 1%를 더해봤자 2% 인상으로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제시안”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JTI코리아는 태업을 이유로 노조 조합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우리는 영업사원들이기에 인센티브를 받는 업무가 있는데 파업을 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업무를 거부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인센티브 구간에 대한 급여만 삭감하면 되는데 기본급까지 태업을 했다는 이유로 삭감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JTI코리아 직원은 “원래 기본급을 300만 원 받았는데 태업을 했다는 이유로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원을 삭감당한 직원도 있다”고 했다.
JTI코리아의 이러한 행보는 노동계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반일감정까지 불거지면서 “일본계 기업이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JTI코리아도 이를 의식했는지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JTI코리아는 지난 7월 11일 신제품 론칭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일 전인 7월 8일, JTI코리아는 돌연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시 JTI코리아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간담회가 연기됐다”고 설명했지만 반일감정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JTI코리아는 결국 별다른 기자간담회도 없이 신제품인 하이브리드 전자담배 ‘플룸테크(PLOOM TECH)’를 조용히 출시했다.
다만 마케팅에 아주 손을 놓은 건 아니다. 지난 8월 9일, JTI코리아는 서울 17개 주요 편의점에서 ‘플룸홈’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플룸홈에서 제품 정보 제공 및 상담 서비스, 애프터서비스(A/S) 등 고객별 1:1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최근 국내 담배 시장은 일반담배 점유율이 줄어들고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발표한 ‘2019년도 상반기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1억 9360만 갑으로 지난해 상반기 1억 5590만 갑에 비해 24.2% 증가했다. 반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14억 7320만 갑으로 지난해 상반기 15억 2790만 갑 대비 27.6% 줄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JTI코리아는 그간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하지 않아왔다. 플룸테크는 JTI코리아의 첫 하이브리드 전자담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JTI코리아는 플룸테크에 대해 “다른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일회용 캡슐에 담은 뒤 기기로 캡슐 속을 가열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형태의 신개념 전자담배”라고 소개했다.
플룸테크는 JTI코리아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대대적인 홍보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조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신문’은 JTI코리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16일 오전 9시 30분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