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작년 항공유 구입비 약 2조 원…오너 일가 수십 명 합의 도출 등 변수 많아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GS타워 전경. 이종현 기자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난 7월 25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금호산업 보유 지분 31%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의 인수의향서를 받아 오는 9월까지 인수협상대상 후보군을 추린 뒤 10월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의 총 매각가는 1조 5000억~2조 5000억 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의 자신감과 달리 매각 공고가 나온 이후에도 인수 의향을 뚜렷이 밝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GS그룹이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재계 및 인수합병(M&A) 업계 등에 따르면 GS그룹은 지주사 ㈜GS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수개월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기업금융 및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등과 미팅을 하는 등 관련 실무진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GS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화학과 건설, 유통업 등은 최근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GS그룹은 신성장동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M&A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히 마련해둔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GS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2231억 원에 달한다. GS의 지난해 매출은 17조 7444억 원, 영업이익은 2조 2098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 305억 원을 기록했다.
GS그룹이 뒤늦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로 떠오른 까닭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GS칼텍스의 안정적인 정유 수요처 확보 차원에서 항공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GS칼텍스는 SK에너지에 이어 국내 ‘정유 만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질유시장에서는 SK에너지가 32.1%, GS칼텍스가 24.5%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334억 원을 기록, 1544억 원 성적을 거둔 현대오일뱅크에 밀려 업계 3위로 밀려났다. GS칼텍스가 분기 실적 기준으로 3위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항공유 구입비는 약 2조 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면 그만큼 고정 매출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항공유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GS그룹이 실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GS칼텍스와 아시아나항공 서로 항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명분은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다다.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인 에너지와 건설, 홈쇼핑, 유통업과는 접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정유업만 바라보고 수조 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투입할 것 같진 않다”고 귀띔했다.
앞서 GS그룹은 LG에서 분리한 이후 몸집을 키우는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대한통운 등 M&A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해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합리적인 가격과 사업철학 등을 이유로 최종적으로 인수전에서 번번이 발을 뺐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을 중심으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오너 일가 수십 명의 공동 의사결정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GS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및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GS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이 나온 것은 전혀 없으며 그룹 내 TF가 구성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인수전 파리 날리는데 실적 악화까지… “두 번 다시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공고를 앞두고 이렇게 말하며 인수전 흥행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수전 분위기는 SK, 한화, GS, 애경 등 후보로 거론되던 기업들마저 몸을 낮추면서 조용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고등이 들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1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72억 원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2분기 매출액은 1조 74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2024억 원으로 전년 동기(468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연결기준 부채는 9조 5989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660%로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실적 악화 이유로 국내 항공수요 둔화 및 IT기업 수출 감소 등 화물업황 부진,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주요 자회사 실적 저조 등을 꼽았다. 올해부터 운용리스 회계방식 변경으로 이자비용과 외화 환산손실이 지난 2분기에 추가 반영돼 당기순손실 규모 역시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언급된 부진 요인들이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데다 미·중 무역 갈등과 한·일 경제 갈등 등 국내외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불거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객이 줄면서 일본 노선 축소 및 운휴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항공업계에 직격탄이다“며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실적 반등의 계기가 없어 답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인수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원래 항공업은 날씨나 세계 정치·경제 상황 등 외부 위험요소가 많은 사업인데 최근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수를 고려했던 기업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산업은행 측 입장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 참여 기업들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접수 마감일인 오는 9월 3일 기업들의 인수제안서를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