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현재 중국서 활동, 경제활동 보장받기 위한 합리적 선택…‘보이지 않는 손’ 작용 의혹도
# ‘하나의 중국’ 외친 K팝 기반 중화권 아이돌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 소위 송환법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홍콩 공권력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무력 투입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홍콩을 둘러싼 사태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프엑스 빅토리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계정
‘하나의 중국’이란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마카오 등도 모두 중국의 일부라는 의미다. 하지만 수많은 홍콩과 대만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라이관린은 대만, 잭슨은 홍콩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런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무언의 압박’이 존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앞서 레이는 삼성전자 모델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삼성전자 글로벌 사이트가 중국과 홍콩을 별도 국가로 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레이의 중국 소속사 측은 지난 8월 13일 공식 SNS를 통해 “삼성전자 공식 글로벌 웹사이트 국가표기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며 “우리나라(중국)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모호하게 한 행위로, 중국 동포의 민족 감정을 엄중히 손상시켰다.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면서 모델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했다.
레이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이 같은 행동은 ‘눈치보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레이는 유명 의류브랜드 캘빈클라인의 모델로 활동했는데 이 브랜드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이유로 중국 내에서 보이콧 대상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레이는 곧바로 계약 해지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를 경험 삼은 레이가 먼저 삼성전자 모델 활동을 중단해 중국 내 입지를 다지려 했다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에이전트는 “홍콩 시위는 지금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싸고 레이를 비롯해 몇몇 연예인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연예인들 역시 연쇄적으로 이에 동참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발적 움직임인가? 강요인가?
하지만 “왜 유독 K팝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목소리가 클까?”라는 궁금증은 남는다. 대중적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정치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의 이미지에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시위 중이던 홍콩 여성이 진압 경찰에 맞서다 실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계적 여론이 나빠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홍콩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수십만 명이 넘는 SNS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K팝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중국인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빠르게 전파되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외침으로써 그들의 팬들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에게 ‘하나의 중국’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엑소 레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사진.
공산주의 사회인 중국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중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유명 연예인 입장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그들의 경제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 볼 수 있다. K팝 그룹의 일원으로 큰 인기를 얻은 중화권 스타들은 현재 대다수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개런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 시장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중국 본토가 대만, 홍콩, 마카오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지난 2016년에는 대만 출신인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문제가 돼 중국 활동이 막힌 적이 있다. 그의 행동이 대만 독립 지지로 읽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쯔위는 사과 영상을 공개했고, 쯔위가 속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 전체의 중국 활동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그들의 이런 집단행동은 자발적 결정보다는 중국 정부의 사상 검증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연예계에서 그들의 행동에 어떤 입장을 내는 것이 중국의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가 말을 아낀 채 숨죽이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