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논문’이 입학에 결정적 영향 줬다면 정씨와 같은 ‘업무방해’ 적용 가능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A 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국 후보자의 낙마 여부는 물론, 검찰 수사 시 처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의혹이다. 명백한 ‘잘못’이 있기 때문. 한영외고–고려대학교–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로 이어지는 조 후보자 딸의 학력이, 자칫하면 고졸로 끝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입학 당시 ‘논문’이 합격에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게 입증되면 고려대 입학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자연스레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당시 분노를 자아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까지 강제소환됐다. 자유한국당은 이화여대 부당입학 의혹으로 기소, 유죄가 확정된 정유라 사건을 언급하며 조국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실제 정유라는 입학 취소 처분으로 중졸 신세가 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사뭇 신중하다. A 씨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의혹의 구체적 사실은 다퉈봐야 하기 때문이다.
# 일단 시작된 고발…검찰 혐의 보니
조국 후보자의 딸 A 씨가 논란이 된 것은 한영외고 소속 시절 단국대 인턴을 하며 쓴 소아병리학 논문. 2주 동안 인턴을 하고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의사들이 반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월 2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했다. 소아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뒤 고려대학교를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입학 과정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의 문제는 아직 공소시효가 살아있다.
고발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조 후보자 자녀가 2008년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건 허위등재”라고 주장했다. 고등학생을 대한병리학회의 공식 논문의 저자로 올리는 것 자체가 명백한 연구 윤리위반 행위라는 지적인데, 이들이 조 후보자 딸이나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아닌 조 후보자를 고발한 것은 논문 등재 당시 조 후보자는 딸의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8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해당 논문에 대해서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도 바로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관련 의학지식을 교과과정에서 전혀 배운 바 없는 고교생이 작성했다고 보기는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을 앓는 신생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내용의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인데, 실제 조 후보자 딸은 논문 첫 페이지부터 영어 작성 오타를 내며 ‘기여도가 없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장영표 교수도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A 씨를 제1저자로 만든 장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A 씨가 실험과 윤문 등을 담당했고, 나는 자료정리와 논문 초안 등을 작성했다”며 “호의로 1저자로 얹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장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A 씨가) 외국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제1저자로 하게 됐다”며 “외국 대학 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대를 (갔더라). 거기 갈 거면 뭐 하러 여기 와서 난리를 쳤나 그런 생각이 들어 상당히 실망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A 씨가 자기소개서가 거래되는 사이트 ‘해피캠퍼스’에 고려대 학부,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자기소개서를 스스로 올리면서 만천하에 공개된 것. 조 후보자는 당초 “해당 논문을 입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소개서를 통해 A 씨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세계선도인재전형 지원 때 제1저자로 등재된 해당 논문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의사회는 “2015년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국내 대학교 출신자 수시전형 과정을 통해 필기시험을 전혀 치르지 않고 합격했다는 점에서 해당 논문이 전형자료로 제출됐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며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 진학 과정에도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진짜 문제는 소속 기관 허위 명시보다 이를 통해 입학한 것”
법조계가 예의주시하는 부분도 같다. 논문 속 명기된 소속 기관보다는, 입학 과정이라는 얘기다.
해당 논문에서 A 씨는 소속 기관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al Science)’라고 표기했는데, 당시 A 씨는 한영외고 소속이었다. 해당 연구수행 기관 소속 인턴이었다고 하지만, 통상 저자 현재 소속 기관(A 씨의 경우 한영외고)을 동시 명시하는 일반적 방법과 차이가 있다. 또 A 씨는 고3 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에서 3주 동안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제3저자로 등재된 논문에서도 소속기관을 한영외고로 표기하지 않았다. 이 논문에는 ‘공주대 생물학과’로 표기했다. 문서 위조가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의 ‘문서 위조’보다는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본인이 기여하지 않은 논문을, 본인의 것처럼 활용한 것이 더 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고등학생 저자를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한영외고 기입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도 “이는 죄가 아니다. 다만 이를 활용해 입학을 했다면 국립대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사립대의 경우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비슷한 케이스 보니 “정유라와는 다르지만”
단국대도 8월 22일 연구윤리위원회(위원장 강내원 교무처장) 1차 회의를 열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예비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위원장을 맡은 강내원 교무처장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은 모두 조사한다”며 “광범위한 내용이어서 예비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지만, 검찰 수사가 실제 이뤄질 경우 비슷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이 아무개 씨는 대학원생을 동원해 딸의 논문을 대필시키는 방식으로 딸을 고려대 생명과학부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켰다가,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검찰 수사, 재판 등에서 “대학원생 도움은 받았지만 보고서나 논문이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부터 실험, 보고서 작성, 논문 탈고 단계까지 여러 공동저자가 실질적으로 실험에 참여해야지만 저자로 등재될 수 있는 것”이라며 단지 두 번 정도 실험실에 나와서 설명 듣고 실험 참관한 게 전부인 것은 저자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입학비리의 대표적 케이스는 단연 최순실 씨 딸 정유라다. 정유라는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죄 등으로 최순실 씨와,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 남궁곤 당시 입학처장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최순실 씨는 2017년 2월 딸 정유라가 이대에 입학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부정하게 학점을 주도록 하는 등 면접위원들과 학교의 학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라의 청담고 시절 교사에게 학사 편의를 대가로 30만 원을 주고 허위 봉사활동확인서와 공문 등을 제출해 교사들의 학사관리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함께 기소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게 징역 2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징역 1년6개월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들이 공정한 입시를 해쳐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 등에서 “업무방해죄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필요는 없고 이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으로 족하며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적시했다.
두 사건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정유라는 출석하지 않은 대학교 수업을 인정받는 비교적 구체적인 업무방해였다면, 이번에는 ▲논문에 기여한 게 없는지 ▲해당 논문이 입학에 결정적인 계기였는지를 따져야 해서 복잡하다”면서도 “다만 조 후보자가 적폐 수사 당시 함께 수사를 받았다면 구속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