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형식 같은 탈퇴서 제출에 노조위원장 해고… “관리자 외압성 발언”vs“사측 개입 없었다”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 태광컨트리클럽에서 설립된 노조가 사측의 와해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는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 태광컨트리클럽(태광CC)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는 코스관리부 직원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코스관리부에는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등 근로자 유형이 섞여있다. 안재호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태광CC 코스관리부 근로자들은 지난 2월 14일 극적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14일 관리자의 업무지시 조회가 끝난 뒤 20여 명의 직원이 노동조합 자필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저녁에는 노조 설립총회 겸 식사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직원들은 돌연 노조 가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휴무라 출근을 하지 않았던 안 위원장은 “위에서 노조설립에 적극 반대해 직원들이 겁을 먹고 노조를 탈퇴하려 한다”는 동료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하루 만에 노조원들의 마음이 돌변했다는 것.
입수한 자료를 종합하면 안 위원장이 휴무로 자리를 비운 2월 15일 오전 업무지시 조회 자리에서 관리자의 외압성 발언이 있었다. 복수의 직원에 따르면 관리자 A 씨는 조회석상에서 ‘팀원 몇 명으로 노조활동이 잘 되겠냐. 도리어 회사에서 코스관리부 전체를 외주화하면 직원들은 해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동요했고, 노조결성에 대한 보복이 있을까봐 두려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23일 노조원 20명이 일괄적으로 노조 탈퇴서를 제출했다. 조합원들의 노조탈퇴 신청서를 확인해보니 모든 탈퇴 신청서 양식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조합탈퇴서’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탈퇴서는 문서 상단에 성명, 연락처, 소속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그 아래에는 탈퇴사유와 탈퇴일자, 본인 서명을 하는 칸이 마련됐다.
양식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탈퇴 사유 역시 ‘일산상의 사유, 상급단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입에 반대’로 모두 같다. 설립 초창기의 노동조합이 상급단체 가입을 노조탈퇴 사유로 삼은 게 이례적이다. 문서 하단에는 “당초 가입원서 작성 직후 깊은 고민 없이 잘못 가입하였다고 판단해 가입철회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현재까지 탈퇴를 인정하지 않아 부득불 탈퇴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당시 직원과 노조위원장이 나눈 대화내용 중에는 “다들 가정이 있다 보니 조심스럽고 노동자 권리에 대해 잘 모른다. 노조위원장이 퇴사하거나하면 노조 맡을 사람이 없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내용이 포착됐다. 또 눈에 띄는 점은 ‘2001년 사건’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2001년 사건은 태광그룹이 극심한 노사갈등을 벌이고 수백 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한 사태를 말한다.
안 노조위원장은 노조원 각자가 작성한 탈퇴서의 양식과 내용이 모두 같아 사측의 노조와해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재결과 노조원 중 최초로 탈퇴서 양식을 배포한 사람은 직원 B 씨였다. B 씨는 “탈퇴서는 다른 회사 지인에게 받아서 공유했고, 사측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며 “노조 가입하려다가 철회했는데도 위원장이 강행했다. 위원장과 노조원들 생각이 달라서 탈퇴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 노조원이 꾸려가던 태광CC 노조는 6월 말 ‘상급단체’ 가입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같은 날 사측은 노사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노사협의회는 태광CC에 없던 ‘계약직 재계약 평가제 도입’ 방침을 결정했다. 한 달 뒤 안재호 노조위원장은 평가에 따른 계약 해지로 해고됐다.
태광CC를 운영하는 티시스 측은 “사측은 노조설립 뒤에야 노조의 존재를 알게 됐다. A 팀장이 노조 탄압성 발언을 한 건 아니고 사측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며 “노조위원장 계약해지는 인사평가에 따른 절차로 ‘업무 확장성’ 부분이 미흡해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