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과 달리 3기 신도시 반대정서 적어…정의당 박원석 ‘복병’으로 부상
고양 을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후보가 4만 393표를 얻어 3만 9493표의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를 900표 차로 누르고 첫 금배지를 달았다. 건강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정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는 물론 승리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지난해 9월 업무 중 쓰러져 국회에 청가(사전 결석계)를 내고 오랜 투병에 들어갔다. 정재호 의원실은 “언론에 14개월 동안 의정활동 공백이 있던 것으로 보도됐으나 그건 법안 발의 공백 기간으로, 실제로 공백은 작년 이후 4~5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은 회복을 거쳐 정상적으로 의정에 복귀한 상태”라고 했다.
와병 원인에 대해서는 “러시아 북방외교특사 임무와 정무위원회 간사로 문재인 정부 1호 규제혁신 추진과제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맡아 주도하던 중 급격한 과로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라면서 일부 언론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정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 이상설을 타고 최성 전 고양시장이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성 전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된 전력이 있어 우세를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민주당 내에서만 10명 가까운 인물이 거론된다.
자유한국당 김태원 당협위원장
김태원 위원장 측은 “이곳에서 재선했고 꾸준히 지역구 관리에 나선 터라 당내 경선에 함부로 출사표를 던지는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총선 전망에 대해서도 “서울과 가까운 위치라 은평, 서대문, 마포 쪽 분위기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투표를 앞두고 어떤 바람이 부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원 위원장은 고양 을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군 중 경력 면에서는 단연 우세하지만 내년이면 만으로 69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3기 신도시 반대 여론이 강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도 김 위원장 쪽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한편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정의당과의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민주당 쪽 또는 정의당 쪽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정의당 박원석 지역위원장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 국민이 만족할 만한 개혁을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 정의당은 고유한 개혁 비전과 실력을 갖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갖고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 을에 대해서는 “신도시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실상은 40년 넘게 그린벨트에 묶여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받은 곳이다. 정부가 그린벨트로 묶어만 놓고 방치해왔던 터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주민들의 요구를 부당하다 보지 않는다. 토지보상부터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고 했다.
고양시는 정의당 세가 강하고 당원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정의당은 고양시 4개 지역구에 모두 지역위원장(심상정, 박원석, 박수택, 이홍우)을 두고 내년 총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고양 갑에서 심상정 의원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만약 거대 양당체제의 균열이 생긴다면 그 주인공은 고양 을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