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BC카드 올해 안 본사 이전…여신금융협회·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거리 가까워
각각 글로벌 1위와 국내 1위 카드사인 비자카드와 BC카드는 올해 안에 본사를 을지로로 옮긴다. 우선 BC카드는 9월 을지로 4가에 위치한 을지트윈타워로 이전한다. 1992년 서초동 예술의전당 근처에 자리를 잡은 지 27년 만이다. BC카드는 기업 규모가 점점 커지고 핀테크 기술이 확산되면서 사옥이 비좁아 수년 전부터 새 사옥을 물색해왔다.
BC카드는 지난 27일 매각자인 더유니스타(주)에 을지트윈타워 인수잔금(3576억 원)을 치르는 등 이전을 위한 사실상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9월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1년 만이다. 이 건물은 지난 4월 준공된 지하 8층~지상 20층 건물로 연면적 14만 6000㎡, 오피스 건물 2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서동에는 대우건설이 지난 6월부터 입주해 있으며 BC카드는 이웃해 있는 동관 일부를 사용할 예정이다.
BC카드의 이번 사옥 이전 배경은 현 서초동 본사가 지금의 BC카드 규모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측면이 크다. 1982년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자한 통합신용카드회사(은행신용카드협회)로 처음 출범한 BC카드는 10년 만인 1992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 본사 건물(연 면적 1만 3064㎡)을 사들여 입주했다.
그러나 국내 카드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BC카드는 현재 직원 수만 870여 명(2002년 기준 5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특히 최근 핀테크 등 각종 신기술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면서 현 본사 건물만으로는 인력 및 사무실 배치가 어려워졌다. BC카드는 현재 일부 부서에 대해서는 본사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배치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을지로 신사옥은 그동안 일부 흩어져 있던 BC카드의 각 부서를 한데 모으는 이른바 ‘통합사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BC카드 측은 이를 통해 부서간 업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경영 효율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C카드는 이번 사옥 이전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2011년 강남지역 폭우 당시 지하층이 물에 잠기는 등 건물 노후화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을지로가 ‘금융의 거리’로 인식되게 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오른쪽에 신한은행, 왼쪽에 한화빌딩이 자리잡고 있다. 박정훈 기자.
세계 최대 카드사 한국지사인 비자코리아는 연말쯤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으로 옮긴다. 비자코리아 본사 이전은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비자코리아는 센터원 빌딩에 새 둥지를 틀면서 ‘비자 이노베이션 스테이션’을 함께 설치할 계획이다. 비자 이노베이션 스테이션은 대형 금융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개발자, 이해 관계자가 함께 개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일종의 핀테크 기업 지원센터다. 개발자는 비자 개발자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실험을 해볼 수 있다. 현재 스테이션의 상위 개념인 비자 이노베이션 센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 두바이, 싱가포르 등 세계 7곳에 설치돼 있다. 올해 초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사장은 “카드사와 은행, 핀테크사가 관련 해결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드사들의 을지로 집결에 물꼬를 튼 것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2017년 말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 위치한 파인에비뉴빌딩 A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신한카드가 본사를 옮긴 것은 2007년 10월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 입주한 이후 10년 만이었다. 2011년 준공한 파인에비뉴는 연면적 6만 5657㎡, 지상 25층, 지하 6층 규모의 오피스빌딩으로 을지로2가 사거리에 있다. 이중 신한카드는 지상 2∼3층, 14∼25층을 업무용도 및 부속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과거 하나은행이 쓰던 옛 외환은행 사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카드 역시 당초 건물이 비좁아 다동 하나카드 본사를 중심으로 중구 한외빌딩, 방배사옥 등 흩어져 있었으나 본사 이전을 통해 대부분 한 곳에 모았다. 하나카드는 사옥 이전을 통해 근무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다. 외환카드와 합병 이전부터 사용하던 책상 등 오래된 집기들 대신 새 사옥에 비치된 집기를 사용하게 됐다. 또 을지로 대로변에 위치한 새 사옥의 위치적 특성에 따른 일조권은 물론 건물 사용에 따른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을지로로 모여드는 이유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을지로에는 여신금융협회가 있고 이미 이전한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있다. 다른 카드사 역시 광화문과 시청역 등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 금융사 본사가 을지로 주변에 있다.
을지로 장교동 일대에는 2~3년 전부터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사들이 새로 사옥을 짓고 이전해왔다. 2016년부터 신한L타워(신한생명), IBK파이낸스타워(IBK기업은행), 대신파이낸스센터(대신금융그룹), KEB하나은행 사옥 등 지상 20층 이상 규모의 새 건물이 곳곳에 들어섰다. 2010년 서울시가 을지로2가 일대를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한 이후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들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