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자들 연이어 키워드 실검 장악…자발성에 의한 새로운 정치참여방식 등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이슈에 따라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운동’을 이어갔다. 사진은 9월3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화면 캡처.
8월 27일 오후 3시 40분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검에 ‘조국힘내세요’가 1위로 올라왔다. 이날은 서울중앙지검이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사무실, 웅동학원 관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오전에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던 시점에 이 키워드가 실검에 등장한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즈음부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전쟁은 다른 양상으로 번져 나갔다. 반대 진영에서 ‘조국사퇴하세요’라는 키워드를 올리기 시작하면서다. 포털사이트 ‘줌’에서는 ‘조국사퇴하세요’와 ‘조국힘내세요’가 나란히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두 키워드는 서로 순위를 엎치락뒤치락 반복하다 28일이 되면서 ‘조국 사퇴하세요’는 네이버에서의 검색량이 줄어들었다. ‘네이버데이터랩’에 따르면 ‘조국 사퇴하세요’는 27일 검색량 100 값을 기록했다가 28일 79, 29일 5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국사퇴하세요’ 키워드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조국 힘내세요(28일 오전)’는 전국에서 고르게 검색됐다. 도식에서도 지도 전체가 파랗게 표시됐으며, 검색 상위 지역은 광주, 서울, 경기, 충청, 전라도 순서이며, 이들의 관심값은 각각 100, 95, 91, 91, 88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시간 ‘조국사퇴하세요’ 검색어는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검색 관심도는 대구에서 100, 경상북도 97, 부산 77, 경남 75, 경기도 71이었으며 충청북도와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는 검색 통계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진보진영에선 이를 두고 ‘보수 진영이 조직적 실검 조작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정 지역에서만 해당 키워드가 검색된 것이 전국적인 민심으로 볼 수 있냐는 의미다. 또한 연령대에 있어서도 둘은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 기준, ‘조국힘내세요’는 30~40대가, ‘조국사퇴하세요’는 10대와 50~60대가 주로 검색했다.
‘사퇴하세요’와 ‘힘내세요’의 순위 싸움이 있던 날, 조국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 키워드를 논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 시스템상 24시간이 지나면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새로운 키워드를 찾자는 것이었다. 당초 ‘기레기아웃’ ‘기레기퇴출’ ‘기레기꺼져’ 등이 나왔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기레기’는 네이버 실검 필터에서 걸린다”, “너무 과격하다. 표현을 순화시키자” 주장을 하며 ‘가짜뉴스아웃’으로 정리됐다. 아울러 ‘한국언론사망’도 검색어 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다음날(9월3일) 네이버 실시간검색어에는 ‘한국기자질문수준’과 ‘근조한국언론’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 이종현 기자
동시에 키워드를 띄우기 위한 전술, 전략들이 소개됐다. △특수문자나 띄어쓰기 없이 한 문구로 검색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내용의 게시글 등록 △해당 게시글에 해시태그 ‘가짜뉴스아웃’ 등록 △검색창 검색보다 검색 결과(뉴스) 클릭 등이다. 또한, ‘조국사퇴하세요’가 1위에 올라가면 같은 시간 2, 3위에 올라간 다른 키워드들을 수차례 클릭해 1위를 내려야 한다는 방법도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실검 상승을 위해 아이돌 팬클럽 전략을 공유했다. 한 네티즌은 “조직력과 정보력을 동원하는 아이돌 팬들의 방법은 믿고 따라해도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웹브라우저인 크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법이다. 크롬의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고 네이버 메인으로 들어간 뒤, 키워드를 검색한다. 이때 자동완성은 클릭하지 않고 직접 단어를 입력해야 하며, 검색된 내용들 중 ‘기사’를 클릭한다. 그리고 이를 무한 반복하는 방법이다.
반대 진영에서는 검색 키워드를 신고해 순위에서 내리는 방법으로 맞섰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할 때 나타나는 ‘신고’ 버튼을 눌러 ‘자동완성어 제외’를 요청하는 것이다.
9월 1일엔 ‘검찰쿠데타’와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 올라왔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 부친이 운영했던 사학 홍신학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교육청에 법정부담금 24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국 지지자들은 나 원내대표가 과연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대로조국임명’ ‘보고싶다청문회’ 등도 실검에 등장했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렀던 2일엔 ‘한국기자질문수준’과 ‘근조한국언론’이 올라왔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일부 기자들의 질문 내용이 여러 차례 반복됐거나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3일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공개한 날이다. 생활기록부 입수에 대해 위법성 논란이 일었고, 다음 실검에는 ‘생기부불법유출’이 1위를 장식했다. ‘나경원소환조사’가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라는 부분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면서도 “주변의 집단적 정서 분위기에 휩쓸려 나타나는 팬덤 현상으로도 보인다. 학술적으로 말하자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개인이 없으며, 이로 인한 쏠림과 동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대가 ‘조국사퇴하세요’에 목소리를 실은 것에 대해 채 연구원은 “지금의 10대는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는) 경쟁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언행 불일치를 한 것이니 배신감을 느껴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자 임명 반대는 51.5%, 찬성은 46.1% 응답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부분의 여론조사 역시 반대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실검 전쟁에선 진보 진영에서 올리는 키워드가 압도적이다. 조 후보자 반대 쪽에서 올린 ‘조국사퇴하세요’는 8월 27~28일 이틀간 상위에 올라온 뒤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남이 시킨다고 하는 시대인가. 조직적이며 사주를 받은 운동이라고 주장하면 그건 잘못된 해석일 수 있다. 이분법적인 분석이며 과거 군사정부, 민주화 초기에 국가동원 체제로 영향력이 효과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엔 호루라기를 불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겠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의 움직임이 적은 것에 대해선 “이건 자발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 진보쪽에서 ‘막아야 한다’라는 절박함에 비해 ‘낙마시켜야 한다’라는 보수 진영의 필요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인터넷을 잘 다루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자발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고 평론가는 아울러 “이런 것이 정치 트렌드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총선에서도 국민들은 적극적인 의사개진 모습을 드러낼 테고 좋은, 바른 정치를 위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유튜브를 이용한 의사개진 시대가 열리는 동시에 실검 운동이 일어나는데, 이는 개인적 정치성향보다 스스로 문제 제기를 통해 동조 또는 비동조로 갈리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 열린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도 “새로운 정치 참여 방식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점점 발전해가는 모양이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참여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 보수진영 인사는 “포털에서 장난치는 것 같다. 우리 또한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엄청난 공격을 하고 있다. 댓글은 물론이고 실검 작업도 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 포털은 좀 의심스럽다. 실검에 올렸다가도 갑자기 ‘뚝’ 떨어질 때가 많더라. 중앙 언론들과 포털사이트가 다 한통속이 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