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캐릭터의 건재는 반갑고, ‘신입’ 캐릭터의 서사 부족은 아쉽다
지난 7월 29일 열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제작보고회에서의 출연진. 사진=고성준 기자
그러나 그럼에도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 눈길이 가는 것은 캐릭터의 덕이다. 원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웅철(마동석 분)이나 오구탁(김상중 분)이 스크린 위에서 날뛰는 모습은 팬들의 갈증을 제대로 채워주고 있다. 특히 마동석의 다른 작품 속에서도 찾을 수 있던 ‘마블리’ 캐릭터의 원조가 궁금한 새로운 관객들도 극중 박웅철의 두려움과 사랑스러움을 넘나드는 연기를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구탁은 극중 ‘사정상’ 스크린 전체를 채울 만큼의 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등장한다. 그러나 캐릭터의 사정이야 어쨌든, 오구탁의 등장만으로도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스토리는 다시 한 번 중심을 잡는다. 특히 원작보다 한층 더 시원해진 오구탁의 ‘총질’이 내리 꽂힐 때마다 환호를 지를 관객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원작의 캐릭터가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의 등장과 원작 캐릭터의 퇴장에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원작의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분)와 사이코패스 살인범 이정문(박해진 분)은 영화에서 아예 출연하지 않거나, 다소 희한한 방식으로 퇴장한다. 과연 이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향후 속편 제작의 방향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오리지널 캐릭터인 곽노순(김아중 분)과 고유성(장기용 분)은 각각 전과 5범 ‘감성 사기꾼’과 범죄자에 대한 강렬한 증오를 불태우는 경찰대 수석 출신 ‘독종 엘리트 형사’를 연기한다. 범죄 수사를 주된 소재로 삼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들의 롤도 결국 살짝 삐뚤어졌지만 혈기 왕성한 막내와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여성이라는 평면적인 캐릭터에 한정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의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를 합치는 과정에서 이 ‘신입’들과 관련한 서사가 ‘선임’들에 비해 결핍된 탓이다. 캐릭터에 대한 등장인물 소개 같은 설명은 있지만, 그들을 그렇게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에 대한 배경 설명은 부족했다.
이에 대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시사회에서 손용호 감독은 “원작 드라마를 그대로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조금 더 캐릭터 무비에 가깝고, 액션에 방점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하드보일드한 배경이 캐릭터들을 구축하고 있는 원작과는 달리, 캐릭터 자체만을 선명하게 내세움으로써 관객들에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실제로 배경상 무거울 수밖에 없는 원작에 비해 캐릭터만을 중점으로 돌아가는 영화는 확실히 가벼운 노선을 취하고 있다. 스크린 뒤의 이야기를 고심하지 않고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박웅철을 통해 발산되는, 제작진의 숨길 수 없는 개그 본능만큼은 옛 팬과 새로운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는 브로맨스를 로맨스로 묶을 수만 있다면 이 영화는 액션, 느와르, 코미디, 로맨스를 다 잡은 셈이 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로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이다. 흉악범들을 잡기 위해 ‘미친개들’을 다시 푸는 오구탁(김상중 분) 반장과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분), 감성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분)과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 분)이 새로운 팀으로 활약한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