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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흥은행의 외환딜러 김명선 차장(사진)은 최근의 원화가 치 폭등 때문에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급격하 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이종현 기자 | ||
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 조흥은행 5층 자금운용실에서 만난 환딜러인 김명선 차장(39)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화가치 탓이다.
김 차장은 지난 88년 조흥은행에 입행한 뒤 91년부터 자금운용실(당시 국제부)에서 외환딜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원화가치 변동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우리 경제의 핫이슈였다. 당시 8백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이 97년 9월부터 하루 1백원씩 올라 그해 12월에는 사상 최고인 1천8백원대를 돌파했던 것.
그러나 최근에는 거꾸로 원화가치가 이상 폭등하면서 김 차장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4월 하순까지 1천3백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불과 1개월 만에 1백원이나 떨어진 1천2백원대 초반으로 밀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의 걱정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상승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크다. 그는 “현재 1천2백원 초반까지 떨어진 환율이 향후 1천1백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환율이 1천2백원대 초반으로 밀리자 거래해오던 기업체 등에서 평소보다 많은 물량의 달러를 쏟아내며 서둘러 팔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아마 대부분의 기업(특히 수출업체)들이 앞으로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장 상황도 그같은 분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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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 삼성전자, 포스코 등 수출 위주의 국내 우량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데 이같은 환율 불안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김 차장의 분석이다.
김 차장이 보는 원화가치 급상승의 이유는 최근 들어 지속되고 있는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일본 엔화가치 상승과 미국 달러가치 하락 등 두 가지.
김 차장은 “원화의 경우 국제통용 화폐가 아닌 데다, 외환시장이 국제화돼 있지 않아 달러와 엔화가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오르고, 달러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 원화가치 상승의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 그러면 엔화가치 상승, 달러가치 추락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김 차장은 “엔화의 경우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L자형 디플레이션현상을 보여온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상황이 올 들어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달러가치 하락은 9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 동안 이어져온 신경제가 침몰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상실된 것과 직결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일부에서 지적하는 월드컵으로 인한 달러 유입 기대감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원화가치 상승의 원인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월드컵의 영향은 거의 미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일시적 이벤트에 의해 화폐가치가 급등락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
김 차장은 현재의 원화가치 폭등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기나 가격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는 “환율이 최대 1천1백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있다”고 귀띔했다.
김 차장은 비록 현재 원화가치 상승속도가 가파르긴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자칫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외환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려 향후 또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외환시장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환투기꾼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한국 외환시장은 과거와 달리 외환보유고 등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투기꾼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