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 건달’의 코미디 애드립부터 강렬한 마초 눈빛연기까지…설경구와의 ‘브로맨스’에도 주목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다음달 초 개봉을 앞둔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은 죽음을 앞두고 생을 돌아보고자 하는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그의 사망보험금을 받아 인생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그렸다. 상해죄로 복역 후 사회봉사명령을 선고 받은 영기가 사고로 목을 제외한 전신마비 상태에 놓인 장수의 요양원을 방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펌 대표 변호사와 건달, 극과 극의 인생을 사는 두 사람이 지체장애인과 간병인으로서 만난다. 이 스토리만으로는 선배 영화인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설정이 유사하다 보니 스토리를 어지간히 비틀지 않고서야 아류작의 꼬리표를 떼기 어려웠을 터다.
이런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인지 용수 감독은 영화에 진한 한국형 마초이즘을 담아 차별화하는 자충수를 뒀다. 어딘가 ‘신세계’의 골드문을 연상케 하는 영기의 조직과 본보기로 극심한 구타를 당하면서도 영기의 비리를 알리지 않은 그의 20년 지기 친구 ‘대국(진선규 분)’, 폭력조직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도 여전히 형님 아우 사이의 의리를 지키는 조직의 보스 ‘범도(허준호 분)’까지. 코미디에서 급격히 시리어스로 넘어가는 지점에는 모두 이 마초 캐릭터들이 깃대처럼 서 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영화는 뻔한 ‘조폭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반면 비중있게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장수의 로펌 소속 변호사 ‘은하(김사랑 분)’ 뿐이며, 나머지 여성 캐릭터들은 ‘냉장고 속의 여자’로 분류된다. 현 시대 분위기상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조진웅의 연기 덕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해 ‘공작’의 적폐 안기부 간부, ‘독전’의 하드보일드 형사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번 그의 변신이 놀라움의 연속으로 다가올 것이다. 같은 해 개봉한 ‘완벽한 타인들’이나 지난달 개봉한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의 코미디 연기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도 ‘퍼펙트맨’에서의 영기는 새로운 충격일 수 있다.
특히 어디부터가 실제 대사고 어디까지가 애드립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능청맞은 그의 ‘생활’ 연기는 그야말로 조진웅의 새 발견이다. 이제까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와 온전하게 분리해 새로운 조진웅 식 건달상을 세운 것이다. 덩치에 맞지 않게 귀여운 면모가 그의 양아치 같은 말투와 어우러지면서 영기가 입을 열 때마다 관객들의 입에서는 미소와 폭소가 끊이지 않는다.
다만 중후반부에 감독의 노선이 느와르와 신파를 왔다갔다하면서 조절되지 않은 감정 씬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조진웅의 신들린 연기력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대사를 시발점으로, 억지스럽게 가족애를 폭발시키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흠이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영화의 스포트라이트가 조진웅에게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설경구 역시 막히지 않고 흐름을 이어간다. 특히 조진웅과의 브로맨스 연기는 “역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불한당’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기 때문일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도전도 아닌만큼 그의 발전한 브로맨스 연기도 ‘퍼펙트맨’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씬은, 실제로 남자들끼리임에도 설렌다.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스토리와 구상, 그리고 곳곳에 놓인 클리셰로 인해 전체적인 짜임새가 촘촘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틈새를 두 주연의 연기, 그리고 깨알 같은 조연들의 열연으로 물이 새지 않을 만큼은 막아냈다. 감독의 첫 데뷔작으로써 반은 성공적인 모양새다. 나머지 반을 채우는 일은 관객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한편 까칠한 로펌 대표와 꼴통 건달의 인생 반전 코미디를 담은 영화 ‘퍼펙트맨’은 다음달 2일 개봉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