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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0년 12월 삼성투신증권과 합병한 삼성 증권이 투신안정기금에서 탈퇴하려 소송을 제기 했다. 실제 이유는 조합원으로서의 공동 책임이 부담스러워서인 듯하다. | ||
황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며 양 회장은 한국은행과 재무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친 정통 재무관료로 금융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황 사장은 오랜 기간 삼성그룹 내 재무쪽을, 양 회장은 재경원에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기획단 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대외업무를 해 온 탓에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양측이 정면 충돌하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황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부임, 투신안정기금 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삼성증권은 서울지법에 투신안정기금을 상대로 탈퇴 소송을 제기했고 기금에서는 주조합원인 투신협회가 나서게 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신안정기금 조합원인 삼성투신증권이 지난 2000년 12월 삼성증권과 합병,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탈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소송에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강력 대응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선 양 회장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법정에 출두, 직접 변호를 해 양측의 소송은 법조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 5월27일 서울지법이 “피고인 투신안정기금은 민법상 조합이기 때문에 소송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인 ‘각하’ 판결을 내려 1라운드는 삼성이 진 상태.
투신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2월27일부터 3월21일까지 23일간 투신기금 일부(8백억원 규모)를 유치했다는 점이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번 소송전은 삼성과 투신협의 감정싸움에서 발단된 것이지만, 정작 금융계의 관심은 이번 소송의 결과가 미칠 투신안정기금의 향방에 모아졌다. 만약 삼성이 승소하게 되면 사실상 투신안정기금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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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왼쪽), 양만기 투신협회 회장 | ||
이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승소할 경우 수익증권 형태로 보유중인 2조7천억원 규모의 투신안정기금이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해 매물로 나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증시폭락 등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조합원의 일부가 탈퇴하더라도 투신안정기금의 존속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증시폭락 등을 얘기한 것은 투신협회측이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린 근거를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 소송과는 별도로 투신안정기금 조합원 회사들을 상대로 삼성증권의 조합원 지위 승계문제를 새로운 소송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며 투신안정기금 탈퇴 의사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삼성증권이 투신시장을 위협한다는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투신안정기금 탈퇴를 강행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 소송에 황 사장의 자존심뿐 아니라 경영외적인 위험성 등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보고 있다.
황 사장은 취임 후 “정도경영을 하겠다”며 조직과 불합리한 업무 관행 개선에 상당한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투신안정기금 탈퇴를 추진하게 된 것도 삼성투신증권이 삼성증권과 합병, 기금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다는 황 사장의 순수한 판단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기금규약에는 조합원은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기금이 부실화될 경우 공동으로 무한책임을 지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로 들어온 자금의 10%는 반드시 증권금융 발행어음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MMF 자금으로 5월 말 현재 금리가 3.95%대의 증권금융 발행어음을 매입하는 것은 자금 운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삼성은 법원의 1차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향후 이 문제는 소송전으로 다시 비화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