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가닥 잡힌 미제 사건, 단서는 DNA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본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브리핑을 열고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9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용의자 이 아무개 씨(56)의 DNA가 총 10차에 걸친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5, 7, 9차의 3차례 사건의 피해자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이 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씨는 현재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최근 DNA 분석 기법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이 씨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 직접 그를 찾아가 범죄 여부를 추궁했다. 이 씨는 이 같은 1차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수사본부장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DNA가 일치한다는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다. DNA가 나오긴 했으나 분명히 용의자가 진범이 맞다고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언론 보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이날 브리핑 자리에 방문해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지금은 DNA (일치 사실) 통보만 받은 지극히 초기단계다. 이번 DNA 확보가 아주 큰 성과이고, 실체가 드러나는대로 정례 브리핑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살해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이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수사방식의 한계로 경찰은 범인 검거에 실패했으며,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다만 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일부 경찰들은 공소시효 만료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체포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 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