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선두 타가트 최근 주춤…세징야-문선민 도움왕 각축
2개월 넘게 득점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가트. 추격자들의 기세에 득점왕 등극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하나원큐 K리그1 2019가 29라운드 일정을 마쳤다. 리그 종료까지 단 9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즌이 후반기로 치달으며 득점왕, 도움왕, MVP 등 개인 타이틀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시즌 K리그는 지난 몇 년과는 달리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며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K리그1 12구단 전체가 관중 증가를 이끌어내며 지난해 대비 전체 평균 50%에 육박하는 관중 증가를 보였다. 구단 간 순위다툼뿐 아니라 선수 개인 기록 경쟁도 팬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다. 선수들 저마다의 목표는 물론 팀의 우승이나 높은 순위이지만 연말 시상식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개인 타이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일을 마다할 리 없다.
기록부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득점왕을 차지할 유력 후보 1순위는 16골을 기록 중인 수원 삼성 공격수 타가트(26)가 꼽히고 있다. 영입 당시 의문부호가 붙었던 타가트다. K리그에서 성공 사례가 드물었던 호주 출신 공격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부정적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적 첫해인 올 시즌 25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며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이에 지난 2014년 이후 멀어졌던 호주 국가대표팀에서도 그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득점 2위 주니오(32)와 2골 차를 벌리고 있는 타가트지만 그의 득점왕 수상을 단언할 수는 없다. 타가트는 지난 7월 열린 5경기에서 모두 골망을 흔들며 6골을 적립해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2개월째 득점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끝이 무뎌졌다. 8월 17일 강원 FC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골 소식이 없다. 그와 함께 팀도 부진하며 득점왕 등극에 난관이 예상된다.
타가트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이는 울산 현대 주니오다. 주니오는 지난해 22골로 득점 3위에 올라 실력을 증명했다. 꾸준함이 장점. 올 시즌 개막전부터 지난 29라운드까지 성실하게 골을 생산해내고 있다. 4경기 이상 무득점이 이어진 기간이 없다.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의 강한 전력, 득점을 도울 능력 있는 도우미들의 존재도 그의 득점왕 등극에 긍정적 요소다.
포항 스틸러스의 완델손(30)도 12골로 득점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초 득점왕 경쟁 참전이 예상됐던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공수를 떠돌던 그의 포지션이 공격에 고정되며 득점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두 번의 해트트릭으로 득점 순위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 다만 앞선 타가트, 주니오와는 달리 중앙 공격수가 아닌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이기에 득점왕 등극 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두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남은 일정에서 추격 가능성이 높은 다크호스로는 경남 FC 제리치(27)가 거론된다. 제리치는 시즌 중반 경남 이적 이후 득점 곡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강원 소속으로 14경기에 나서 4골만을 넣었던 그는 경남 이적 이후 8경기 6골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경남은 향후 하위 스플릿 합류가 유력한 팀이다.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몰아치기를 한다면 제리치의 득점왕 등극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제리치는 이적 이후 팀 내 입지도 달라졌다. 강원에선 벤치를 지키다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발로 나서더라도 후반이면 빠지기 일쑤였다. 경남에서 치른 8경기에선 2골을 넣고 일찍 ‘퇴근’한 27라운드 수원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90분을 소화했다.
도움 순위 공동 선두에 오른 세징야(오른쪽). MVP 경쟁을 펼치는 김보경(가운데)과는 유벤투스와 친선경기에서 함께 골 세레머니를 펼친 바 있다. 연합뉴스
도움왕 경쟁은 대구 FC 세징야(29)와 전북 현대 문선민(27)이 각각 9도움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세징야는 9도움과 함께 11골을 기록하며 올 시즌 K리그 최고 선수로 올라섰다. 팀의 공격을 주도함은 물론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도 활약하고 있기에 유력한 도움왕 후보다. 지난해 한 차례 수상을 했던 경험도 있다.
문선민은 후반기 무섭게 기록을 쌓으며 경쟁에 나섰다. 전북으로 이적한 그는 시즌 초반 호세 모라이스 감독(54)의 믿음을 완전히 얻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라운드에서 긴 시간 중용받지 못했다. 그랬던 그는 시즌 중반 이후 무섭게 포인트를 쌓아 나가기 시작했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최근 11경기에서 7도움을 기록했다.
MVP 경쟁은 세징야와 울산 김보경(29)의 2파전이 유력하다. 이들은 각각 11골 9도움, 11골 6도움으로 리그 최고로 손꼽기에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MVP 선정 방식은 단순 기록 외에 주관적 평가가 개입된다. 이에 이들의 팀내 영향력이나 팀의 성적도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된다. 팀 성적 면에서는 김보경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울산은 현재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2위로 밀린 상황이지만 시즌 말미 우승을 따낸다면 MVP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세징야는 올 시즌 ‘K리그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은 대구의 상징적 선수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구는 이번 시즌 새 홈경기장 개장과 함께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팀이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구단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그 중심에서 활약 중인 세징야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 김지현은 시즌 초반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골 수가 어느덧 10골이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만 23세 이하, 리그 데뷔 3년 이내 젊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은 3파전 양상이다. 전북 송범근(21), 울산 이동경(21), 강원 김지현(23)이 그 주인공이다.
전북 송범근은 신인 시절이던 지난해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랐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년차에 접어든 올해 29경기에 모두 나서 27실점을 기록, 0점대 방어율로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이는 중이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의 성적 또한 그에겐 플러스 요소다.
이동경은 이번 시즌 데뷔한 신인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장 위에서 짧은 시간만이 주어졌지만 그 시간 안에 자신의 능력을 감독과 팬들 앞에 어필하며 후반전까지 소화하는 선수로 변모했다.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최근에는 A대표팀까지 다녀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선 단연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김지현은 압도적인 포인트로 가장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올랐다. 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꿰찬 중앙 공격수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그는 지난 29라운드서 2골을 몰아치며 시즌 10골을 달성했다.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결과로 영플레이어상 트로피에 다가서고 있다.
서늘해진 날씨와 함께 2019 시즌 K리그도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개인 타이틀이라는 영광을 놓고 선수들의 경쟁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지,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 지켜보는 것 또한 팬들에겐 하나의 즐거움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