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편입이 신의 한 수…김병수 감독님께 더 배우고 싶어”...“부모님이 정말 행복해 하신다“
프로 2년차 공격수 김지현은 7골로 K리그1 득점 랭킹 7위에 올라 소속팀 강원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최진영 프리랜서
[일요신문] 최근 K리그1 득점 순위 상위권에는 낯선 이름이 있다. 프로 입단 2년차, 1996년생 강원 FC 공격수 김지현이다. 20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이동국, 박주영 등 쟁쟁한 공격수들을 제치고 리그 득점 순위 7위에 올라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속팀 강원과 함께 김지현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최근의 활약에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김지현을 직접 만나 봤다.
김지현의 소속팀 강원은 창단 이래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치른 최근 7경기에서 4승 3무로 패배가 없다. 이에 리그 순위는 4위까지 상승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축구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원 돌풍에는 김지현과 조재완 등 젊은 공격수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김지현은 “팀이 잘되고 개인적으로도 컨디션이 좋아서 기분도 좋다”며 최근의 좋은 분위기를 전했다.
강원의 선전이 시즌 초반부터 지속됐던 것은 아니다.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에서야 반등이 시작됐다. 이에 김지현은 “시즌 초반에는 감독님 전술을 선수들이 10~30% 정도 구현해 냈다면 지금은 60% 이상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 40% 정도가 남았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좋아질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도 시즌 반 정도만을 치렀다. 그리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선수들이 해내려는 의지가 굉장히 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저는 자신감 빼면 시체인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팀 내 최고 득점자인 현재 자신에 대해 “팀 동료 조재완 선수에게 곧 따라 잡힐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2년차에 접어들며 시즌 초반부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팀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시기에도 중요한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제리치를 밀어내고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다른 팀 선수들 사이에선 “김지현이 누구냐”며 ‘강원의 그 어린 공격수’가 회자됐다.
김지현은 최근 상황에 대해 “저도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연령별 대표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선수였는데 기분이 묘하다”라며 “지금도 ‘나 같은 애가 팀 내 득점 1위가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많이 컸다(웃음). 다만 득점 1위는 곧 따라 잡힐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반응도 뜨겁다. 그는 “제주도에 계시는 부모님이 정말 행복해 하신다. 내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아버지 지갑이 열린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친구들도 연락이 자주 오는데 ‘그런 대학 출신이 어떻게 프로에서 잘 뛰느냐’라는 말을 자주한다”고도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그는 최근 리그 트렌드와는 다소 다른 데뷔 전 과정을 거쳤다. 고교 졸업 직후, 또는 대학 1~2학년에 프로로 향하는 다수의 선수들과 달리 그는 대학 2학년 이후 편입을 선택했다. 프로 2년차이지만 올해 한국 나이 24세로 적지만은 않은 나이인 이유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던 시기에 복사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부상 때문에 수도권에 있는 유명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진학이 잘 안됐다. 경남 지역 대학으로 갔고 2학년을 마치고 강원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했다. 사실 양쪽 학교 모두 축구로 유명한 학교는 아니다(웃음). 축구 선수가 4년제에서 4년제로 편입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축구를 더 배우고 싶었고 다른 스타일을 접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선택했다. 성공에 대한 의지로 선택한 길이었다.”
이어 김지현은 “결과적으로 편입을 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말했다. 편입에 앞서 고민이 많았던 그다. 편입하는 곳이 고교시절 원했던 수도권도 아닌 강원 지역 학교였기 때문이다. 프로팀 스카우터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럼에도 당시 선택을 현재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편입이 연고 지역 프로팀에 입단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편입 이후 여름에 열리는 대회에 송경섭 전 강원 감독님(당시 전력강화부장)이 경기를 보러 오셨다. 나도 감독님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송 감독님이 오시는 첫 경기에 해트트릭을 했다. 그 다음 두 경기에선 잘하지 못했지만 결국 송 감독님이 나를 뽑아 주셨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의 그는 어땠을까. 김지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제주도에서 자라났다.
“그냥 학교에서 좀 잘하는 선수?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같은 학교에 지금 서울 이랜드에서 뛰는 한지륜이 있었고, 제주도 출신 김레오(아산 무궁화)와도 동기다. 나도 제주에서만큼은 꽤나 유명했던 것 같다. 요즘은 팀 형들이 ‘제주도에서 용 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웃음).”
중앙 공격수로 성장한 그는 강원에서는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공격수가 됐다. 그는 “팀에서 경기 운영진에 제출하는 포메이션에는 내 이름이 미드필드 쪽에 내려가 있기도 하더라. 그걸 보고 주변에선 ‘포지션 바꿨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실제 경기 중에는 윙포워드 역할을 맡고 있다. 미드필더로는 아무래도 힘들다”며 웃었다.
그라운드에선 카리스마를 보이지만 경기장 밖의 김지현은 부끄럼 많고 웃음 많은 평범한 24세 청년이었다. 사진=최진영 프리랜서
그가 경쟁하는 공격수 포지션은 어느 곳보다도 팀 내 경쟁이 치열하다. 김지현은 “어릴 때부터 항상 해왔던 생각이다. 국내 구단들은 대부분 공격 쪽에 외국인이나 베테랑 선수들을 활용한다. 나 같은 신인 선수가 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면서도 “그래도 이겨내 보자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결국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서 이제 막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목표는 지난 시즌 10경기 출장, 이번 시즌은 공격포인트 10개 달성이었다. 지난 시즌은 12경기에 나섰고 이번 시즌 또한 리그 경기 절반을 치른 가운데 7골 1도움을 기록해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아직 상향조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고 스스로 조급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일단 빨리 공격포인트 10개를 채우고 싶다. 그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또 다른 목표를 이야기하며 김병수 감독을 언급했다. 그는 “송경섭 감독님은 나를 프로에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프로 선수로 당당히 설 수 있게 만들어준 김병수 감독님과는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내가 쫓겨나서 오래 못 할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해서 옆에 붙어 있겠다”며 웃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구단 최초 200경기 출전…‘레전드’ 돼가는 김오규 지난 2011시즌, 당시 강원 FC 소속이던 이을용 현 제주 코치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강원에선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고 모두의 축하 속에 또 한 명의 2002 월드컵 레전드가 유니폼을 벗었다. 이를 인상 깊게 지켜보던 신인 선수가 있었다. 2011년 입단한 수비수 김오규였다. 당시 그는 입단 동기 선수에게 “우리도 이을용 선배처럼 멋지게 떠나자”는 말을 호기롭게 남겼다. 9년이 흐른 현재, 김오규는 강원의 부주장으로 여전히 팀의 수비진을 지키고 있다. 2011년 입단해 상주 상무에서 군복무한 시절을 제외하면 강원에서만 활약한 김오규는 팬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그가 연고지역에서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다니며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인 때부터 꾸준히 응원해주시는 이제는 가족 같은 팬분들도 계신다”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팬분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원에서만 2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며 지난 7월 9일 홈경기에서는 기념패를 선물 받기도 했다. 그는 “정말 나도 모르게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축하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했다.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이라며 웃었다. 지난 7월 9일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200경기 출장 기념 행사를 갖는 김요규와 아들 김민혁 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어느덧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활약한 선수가 됐다. 그가 신인이었던 시절부터 구단 프런트를 지켰던 직원들도 이제는 많이 남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선 어느덧 ‘레전드’로 불리고 있는 김오규다. “‘레전드’는 아닌 것 같다(웃음). 그런 대우에 욕심을 두고 했다면 200경기를 뛰지 못했을 것이다. 팬들, 가족들한테 축하를 받으면서도 입단 당시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처음부터 100경기, 200경기를 바라보고 왔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200경기를 되돌아보며 김오규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는 “그간의 시간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안 좋은 기억이 머릿속에 더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야기한 시기는 2013년 팀이 강등을 경험했던 순간이다. 그는 “정말 팬들에게 죄송스럽고 얼굴을 들 수 없었던 때”라며 “원래는 그 시즌 이후 입대를 하려고 상무 입단 원서도 넣어 놨었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입대를 미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눈물을 함께 흘리기도 했던 강원은 최근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김병수 감독의 지도 아래 매력적인 축구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오규 또한 그 안에서 놀라고 있다. 그는 “과거 다른 팀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팀에서 이제는 ‘금전적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오고 싶은 팀’이 됐다”며 “우리 팀이 이런 위치에 오른 걸 보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강원에서만 200경기를 치른 김오규의 목표는 “그저 다음 경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개인적 목표는 없다. 우리 선수들이 힘낼 수 있도록 뒤에서 궂은일 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형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