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 관망하면서 복귀 타이밍 저울질…약점 잡혀 귀국 미루고 있다는 소문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안철수 전 의원이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한 후 차에 오르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측근들에 따르면 안철수 전 의원은 독일에서 혼자 장을 보고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소탈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당초 당내에선 안 전 의원이 6월에 복귀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빗나갔다.
당내에선 계파갈등이 격화되고 한일 갈등과 조국 사태 등으로 정치 지형이 요동치자 안 전 의원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철수 지지자 모임은 최근 ‘오늘, 그가 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며 안 전 의원 국내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 전 의원은 당 관계자들과의 연락도 끊고 오히려 숨어버렸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연락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엔 장진영 손학규 대표 비서실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안 전 의원에게 연락했지만 답신이 없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이미 복귀 시점이 늦었다. 인재영입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물밑에선 정계개편 논의도 진행 중”이라면서 “아직도 안 전 의원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안 전 의원 약점을 쥐고 있는 세력이 국내 복귀를 막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당 지도부가 바른정당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의원이 등장하면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 될 우려 때문에 복귀를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안 전 의원 측은 황당한 루머라며 일축했다. 2018년 전당대회에 관여했던 한 바른미래당 인사 A 씨는 안 전 의원 복귀가 늦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당대회 때 안철수 전 의원은 물밑에서 손학규 대표를 도왔다. 대신 안 전 의원이 해외체류 후 귀국하면 비대위 등의 방식으로 손 대표가 자리를 양보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손 대표가 취임 후 말을 바꿨다. 손 대표 측에서 ‘그런 식으로 물러나면 손 대표는 허무하게 정계 은퇴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한 것으로 안다. 손 대표는 내년 총선을 직접 이끌어 바른미래당을 제3당으로 자리 잡게 한 후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안 전 의원은 손 대표가 있는 한 돌아와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안 전 의원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안 전 의원 측근들이 손학규 퇴진 운동에 동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전 의원 측은 이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A 씨는 안 전 의원이 최근 복귀하려 했었다고도 전했다. 안 전 의원은 9월에 독일 비자가 만료됐지만 체류기간을 연장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 A 씨는 “9월에는 비자 문제로 안 전 의원이 정말 귀국하려 했었다. 하필 이 시기에 국내에서 조국 사태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귀국해봐야 주목 받을 수 있겠나. 1년 넘게 해외에 체류하며 안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귀국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와 귀국을 늦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안 전 의원이 당초 9월 복귀를 준비했었던 것으로 안다. 듣기로는 유승민 의원이 11월은 되어야 정계개편 논의가 무르익을 것이라며 9월 복귀를 만류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 전 의원은 언제쯤 복귀할까. 정치권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가 결정된 직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11월쯤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 여부에 따라 안 전 의원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전에 돌아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의원도 해외체류가 길어지니까 향수병 같은 것을 겪어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 (안 전 의원 측에) 참으라고 조언했다. 총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온다? 와서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오지 말라고 했다. 10월 복귀설, 11월 복귀설 등이 나오는데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안 전 의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면 화장실에 있다가도 국내에 돌아오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인사는 “안 전 의원이 이미 여러 번 상처(대선 3위, 지방선거 참패 등)를 입지 않았나. 안 전 의원 측근들은 이번에도 복귀해서 성과를 못 내면 정말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걱정하더라. 안 전 의원이 복귀 시점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거 같으면 아예 총선 이후에 복귀하는 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당원 모임 관계자는 “최근 안 전 의원 측근들이 바른미래당 인사들에게 연락해 언제 복귀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빨리 복귀해야 한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로 측근들 의견도 워낙 엇갈리니까 중립적인 인사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고 한다. 안 전 의원이 복귀할 때 어떤 메시지를 들고 와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더라. 어떤 인사들에게는 안 전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복귀 시점과 메시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고 했다.
안 전 의원 측에 조언을 해줬다는 한 인사는 “그쪽에서 내년 1월에 복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어오더라. 저는 1월에 와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그때 와봐야 자기 측근 몇 명 선거 돕는 거나 가능하지 중요한 역할은 못한다. 무조건 올해 안에는 와야 한다고 의견을 냈는데 전달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저는 급한 마음에 일찍 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기소될 때 오라고 했다. 그때 들어와서 문 대통령에게 일갈을 날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이 필요로 할 때 와야지 보수 통합 같은 정치일정 때문에 들어오면 안 된다. 그건 여의도에서나 관심 있는 거지 국민들에게 통할 명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김도식 전 안철수 대표 비서실장은 “안 전 의원은 독일에서 계획했던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6월 복귀설, 11월 복귀설 등은 저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아직까진 구체적인 복귀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