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수족 잘라내기…검찰 패싱하고 경찰에 힘싣기…윤 총장 장모 사건도 만지작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이후 여권과 검찰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한 청와대 인사는 페이스북에 “(검찰이) 미쳐 날뛰는 늑대마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면서 “검찰총장이 장관의 적법한 명령을 듣지 않겠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란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지지한다며 “검찰이 집단 사표로 저항하면 다 받아주면 된다. 현재 검사 총원은 2800명인데 (검사로 임용할 수 있는) 변호사는 2만 2000명이나 된다”고 했다.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윤 총장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대로 밀리면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계속 검찰에 끌려 다닐 수 있다. 조국 장관뿐만 아니라 여권 인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문제는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라고 해도 윤 총장을 교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권이 쓸 수 있는 반격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한 변호사는 “임기제인 검찰총장을 건드릴 수 없다면 주변을 정리하면 된다. 다음 수순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검찰국장은 문재인 라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통이 된다면 그대로 둬도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임기제가 아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라인인데 (조국 수사를 방해하려는 외압이라는 여론의) 몰매를 맞아도 교체를 강행할 거 같다”면서 “검찰총장은 임기가 있으니 직접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손발을 잘라내는 식으로 압박할 거 같다”고 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조국 장관은 취임 직후 인사권을 휘둘러 검찰을 무력화시킬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가 임명 강행을 결정했을 때 이미 그 부분에 대한 결정도 끝났을 것”이라며 “정치검찰 프레임을 씌워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같이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여권이 검찰을 패싱하고 경찰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경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야권 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 경찰에게 유리한 정책이 대거 추진되면 검찰 내부에서 ‘윤 총장이 정권과 각을 세우는 바람에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검찰 내부 자중지란을 유도해 윤 총장 리더십을 훼손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전국의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범죄정보과(이하 범정)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검찰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위를 수집할 수 있다. 여권과 경찰이 밀착해 검찰을 공격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9일 조국 법무부장관 딸 생활기록부가 유출된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피의사실공표 의혹이 있는 검찰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과거 박근혜 정권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 문제로 찍어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윤석열 찍어내기가 시도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여권이 이미 오래 전부터 윤 총장 관련 정보를 수집해놨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법무부가 윤 총장 처가와 관련된 의혹을 내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법무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최근엔 정치권에서 민주당 인사가 장모 사건 관련자들을 접촉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여권이 윤석열 찍어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장모는 과거 다양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다.
한 장모 사건 관련자는 “전직 민주당 인사와 만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 인사는 “최근 그 분이 윤 총장 관련 뉴스를 보고 저한테 ‘윤 총장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고 하긴 했다. 하지만 그 인사는 오래 전 민주당을 떠난 사람이고 현재는 민주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다. 저와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어 만난 것뿐”이라고 했다.
윤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조국 장관 부인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장모는 지난 2013년 300억 원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대리인 안 아무개 씨에게 전달했다. 안 씨는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제시한 후 돈을 빌렸다. 안 씨가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 3명에게 빌렸다가 갚지 않은 돈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안 씨와 윤 총장 장모는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제시하고 빌린 돈을 서로 상대방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린 돈을 윤 총장 장모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학 표창장을 위조한 조 장관 부인 혐의보다는 훨씬 사안이 중대하다. 윤 총장 장모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빌렸다면 위조사문서 행사에 해당된다. 또 피해액이 5억 원이 넘으면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도 해당된다.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실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 의혹을 여권에서 고발한다면 조 장관 부인을 기소한 검찰 입장에선 이를 수사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윤 총장 장모가 이미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윤 총장도 가족이 당하고 나면 여권과 타협하려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권에서 나서지 않아도 윤 총장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청문회 개최 전 수사개시라는 사상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이 자칫 조 장관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여권에선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조 장관과 연결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장관 가족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조 장관 본인을 잡지 못하면 윤 총장이 검찰총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