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예활동 재개 가능성 ↑…방송가는 “섭외 메리트 없을 것” 몸 사리기도
지난 9월 17일 방송한 SBS ‘본격연예 한밤’의 유승준 첫 해명. 사진=SBS ‘본격연예 한밤’ 캡처
올 한 해 연예계 병역 기피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은 유승준이다. 지난 7월 유승준의 국내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그의 국내 입국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지 17년 만이다.
지난 9월 20일 진행된 유승준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가족의 이민으로 영주권을 가진 상태에서 시민권 취득 절차를 진행해 얻은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나 (입대) 약속 위반 등은 둘째 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병역 기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법무부 장관에 입국금지를 요청한 병무청도 ‘사실상 병역 면탈’로 적어 법적으로 병역 기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사진=유승준 인스타그램
또 재외동포비자를 신청한 것은 ‘재외동포법의 취지를 법적으로 확인 받기 위함’일 뿐이며, 재외동포가 신청할 수 있는 비자로 유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A총영사관 측은 “관광비자(무비자 또는 단기방문비자)를 신청하면 한국 방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혜택이 많은 재외동포비자를 계속 신청했다”고 반박했다.
재외동포비자를 발급 받을 경우 선거권 등에서는 제한을 받으나 연예인 활동 등 국내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영리 활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승준의 재외동포비자 신청을 두고 국내 연예계 복귀를 염두에 둔 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던 것이다. 이 의혹에 대해서 유승준 측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MC몽도 오는 10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논란에 직면해 있다. 다만 2010년 이른바 ‘발치 면제’로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그의 ‘병역 기피’ 문제는 엄밀히 따지자면 유승준 사건과 비교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그에게 ‘발치몽’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붙였던 ‘고의 발치로 인한 병역기피’ 혐의는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입대 시기를 연기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허위로 응시하는 등의 혐의(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법적 책임만 놓고 보면 MC몽은 죗값을 치렀고, 유승준은 애초에 유·무죄 여부조차 가려지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럼에도 대중의 분노가 MC몽에 쏟아지는 까닭은 그의 활동의 성공 여부가 곧 유승준의 활동 재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 MC몽이 논란 이후 처음 복귀 의사를 타진했을 때도 대중은 “MC몽 복귀가 용인되는 사회라면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오는 10월 25~26일 단독 콘서트를 앞둔 MC몽. 사진=밀리언마켓 제공
먼저, 복귀 1년 뒤인 2015년 작곡팀 ‘이단옆차기’의 이름으로 음악 전문 채널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의 프로듀서 출연설이 나왔다. 이후 2018년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믹스나인’에 역시 프로듀서로서 복귀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두 건 모두 불발됐다. 음원 컴백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거센 비판 탓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는 “당시 MC몽에게 방송 출연 권유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방송가에서도 ‘강행이 힘든 무리한 시도’라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출연금지목록에 올랐다 하더라도 자숙이 끝났다고 묵인된 연예인의 경우는 대중의 비판이 크지 않아 섭외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앞서 2001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공중파 방송 출연 정지 리스트에 올랐던 배우 이경영의 SBS 드라마 ‘해치’ 복귀도 그런 분위기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
하지만 MC몽과 같은 ‘병역 기피’의 경우는 다른 논란과 비교할 수 없어 출연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게 그들의 전언이다. 앞의 관계자는 “음반의 성공과 별개로 대중이 여전히 병역 기피자라는 낙인을 찍어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딱히 이들의 섭외나 활동 지원을 강행해야 할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욱이 MC몽과 유승준은 병역 기피 논란에 한해 ‘세트’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활동 장벽을 낮춰 놓으면 다른 한 쪽도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대중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결정을 화제성 몰이를 이유로 나서서 할 방송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