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살해 수법과 동일하게 수면제 탄 카레 먹여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수사해 온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5개월이 넘는 기간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각 분야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고씨가 의붓아들인 B(5)을 살해한 것으로 25일 결론 내렸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고유정과 그의 현재 남편 A(37)씨를 B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과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해 수사해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자문 등을 통해 고씨를 최종 피의자라고 판단했다. 프로파일러와 법률전문가들은 그간 확보한 고씨 부부의 진술, 수사 자료를 분석해 친아들이 있는 고씨가 새 결혼생활에 B군이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고씨는 두 달새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연쇄 살인한 것이 된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 등에서 B군이 숨진 날 새벽 고씨가 잠들지 않고 깨어있었다는 정황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B군의 사망추정 시간은 3월 2일 오전 5시쯤이다. 고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남편과 B군이 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B군이 숨져 있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경찰은 고씨가 B군이 숨지기 전날 저녁으로 현 남편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 살해 수법과 동일하게 수면제 성분을 카레에 섞어 먹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잠든 사이 B군을 질식해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씨를 살인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다만 고씨 범행을 확신할 만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현 남편 A씨는 고씨가 전 남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지자 지난 3월 사망한 자신의 친아들 B군도 고씨가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청해왔다. 이어 지난 6월 제주지검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고씨도 지난 7월 A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6월 1일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시의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씨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다. 당시 다른 방에 있던 고씨는 A씨 요청으로 119에 신고했지만, 도착 당시 B군은 호흡과 맥박이 없던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B군의 숨진 시각을 오전 5시 전후로 추정했고, 사인은 ‘10분 이상 전신의 강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B군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는 B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