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태송 대표 사후 흔들리는 회사…구심점 부재로 신뢰까지 잃었다
SBS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한 슬리피. 사진=SBS 캡처
가장 최근 불거진 사건은 힙합 듀오 언터처블 소속 슬리피와 소송이다. 지난 8월 말 새둥지를 찾아 나선 슬리피는 2008년부터 약 12년간 함께 한 TS엔터와 계약 파기의 원인을 놓고 본격적인 소송전을 앞두고 있다.
슬리피는 먼저 정산 문제를 거론했다. TS엔터 측에 정산 내역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현 경영진이 임의로 작성한 몇 장만 보여줬을 뿐 정식 문서는 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데뷔 후 12년 동안 출연료 얼마를 받았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본인이 전혀 알 수 없고,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TS엔터 측은 “정산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됐다는 사실은 슬리피도 알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이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남아 있다”며 “무명시절에 (슬리피에게) 투자해준 부분이 정산이 늦어진 계기인데 ‘받은 적이 없다’며 피해자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TS엔터 측은 또 슬리피에게 생활비 등 연예활동을 위한 소요비용 외 명목으로 지급한 대여금이 있어 정산금이 발생하더라도 대여금 상환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TS엔터는 2017년께 회사 관계자와 슬리피 간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공개하며 슬리피가 “난생 처음으로 솔로 정산 500만 원 수익이 났다. 대여금이 3500만 원이니 이제 3000만 원만 갚으면 된다”고 언급한 점을 강조했다.
전 소속사인 TS엔터테인먼트와 분쟁 속에 신곡 ‘분쟁’을 공개한 슬리피. 사진=슬리피 인스타그램 캡처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일요신문’에 “상세 내역은 법원에서 공개한다 하더라도 회사의 ‘투자금 회수’가 어느 시점부터 가능했고 이 시점 전후로 발생한 순이익의 정산 내역, 업무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 생활비를 경비 처리한 총액 등을 대략적으로라도 밝혔어야 TS엔터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TS엔터 측은 “슬리피도 정산을 받을 때마다 모든 내역을 확인했다”며 “반박 자료는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문제는 TS엔터 측이 슬리피에 2016년 재계약 후 ‘월급’ 형식으로 지급한 계약금 문제다. 당초 1억 2000만 원의 계약금을 걸고 재계약을 체결한 TS엔터는 선지급한 500만 원 외 나머지 1억 1500만 원을 60개월에 걸쳐 할부로 지급했다. 슬리피가 TS엔터에서 받은 월급 형식의 계약금은 월 194만 원이었다. 그마저도 2~3개월 밀리는 일이 많아 슬리피가 직접 직원에게 “이번 달은 줄 수 있느냐”고 매달리다시피 해야 했다. 이로 인해 단수·단전을 걱정할 정도로 생활이 곤궁했고, 어머니의 병원비도 회사에 손을 벌려야 했다고 슬리피는 주장한다.
앞의 변호사는 “투자금 회수와 대여금 누적으로 수익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연예활동을 위해 필요한 최저 생활비를 요구하면 이것이 또 대여금이 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일시 상환하지 않고서는 가수가 절대 수익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사채 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슬리피는 ‘버닝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로 이름을 알린 방정현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TS엔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같은 언터처블 멤버인 디액션이 주장한 TS엔터 고위 관계자의 욕설·협박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TS엔터 측은 9월 26일 이후 별다른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으나 슬리피에 대해 “SNS 바이럴 광고를 소속사 동의 없이 진행했다”며 광고비 횡령으로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맞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TS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 “설립자 사후 구심점 없어… 신뢰도 흔들” [일요신문] 지금은 소송전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TS엔터의 시작은 ‘언터처블’과 함께였다. 2018년 10월 고 김태송 대표가 언터처블(슬리피·디액션)을 데뷔시키면서 연예계에 ‘TS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2018년 4월 갑작스레 사망한 김태송 대표는 1980년대 인기 그룹 소방차의 매니저 생활에서 출발해 DSP, 라임 엔터테인먼트를 거친 뒤 TS엔터를 설립, 성공적인 중소기획사로 입지를 다졌다. TS엔터테인먼트 로고.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와 대비되는 TS엔터의 운영 방식이었다. 데뷔 2년 만인 2014년 B.A.P가 전속계약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TS엔터의 운영 방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B.A.P는 △2014년 8월 기준 멤버 1인당 1790만 원만 정산 △정산 내역서를 요구했으나 임의대로 작성한 합계표만 제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멤버들의 개인 생활비(병원비 포함)를 각자 자비로 지출 △음원·음반 수익 배분율 1 대 9의 노예계약 등을 들어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2019년 슬리피와 분쟁 내용과 유사한 부분이다. 2017년에는 시크릿 멤버 전효성·송지은의 소송이 불거졌다. 이 역시 불투명한 정산이 문제였다. 이중 전효성은 2018년 11월 1심에서 승소해 TS엔터로부터 미지급 계약금과 정산금 등 1억 3000만 원을 지급받게 됐으나 TS엔터의 항소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송지은의 경우는 지난 4월 TS엔터 측이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에 정식으로 전속계약 분쟁 조정신청을 내면서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갈등 양상을 보였다. 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는 최근 가수 강다니엘과 LM엔터테인먼트 간 전속계약 분쟁 조정에도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걸그룹 소나무의 수민·나현 역시 ‘TS엔터 아티스트 소송단’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2019년 현재 TS엔터는 전 시크릿 멤버 정하나와 10인조 보이그룹 TRCNG, 소나무의 다섯 멤버들을 제외한 전·현직 소속 연예인들과 전부 소송전을 벌이게 된 셈이다.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김태송 대표 생전에는 다소 잡음은 있더라도 외부로 문제가 크게 번지는 일은 없었다”며 “그러나 2014년 B.A.P 사건이 불거지면서 내부에서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많이 흔들렸고, 지난해 김 대표가 돌아가신 뒤에는 구심점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덮으려다 보니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커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