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비판하며 민간 주도 경제정책 발표…“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 역풍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9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대표 3인에게 헌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경제대전환 보고서 민부론’을 발표했다. 민부론은 국가 주도 하에 소득을 분배함으로써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소비가 증대되면서 기업 투자와 생산이 확대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 주도 경제에서 시장 주도의 자유시장경제로 경제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활성화,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시장, 지속가능한 복지 등 네 가지 정책과 20개 전략과제, 50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자유한국당은 민부론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연간 소득 1억 원, 중산층 비율 70% 등을 달성해 한국이 세계경제 5대 강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제대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민부론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복원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747(연평균 7% 성장·1인당 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로 상징되는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활성화와 경쟁력 강화 전략에는 법인세 인하, 가업상속을 위한 상속세법 개편, 기업경영에서 배임죄 엄격 적용, 규제 중심의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전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인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노동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탄력근무제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법 전환, 파업 기간에 대체근로 전면 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이 담겼다.
이에 자유한국당 및 민부론 연구에 참여한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책을 내놓은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일례로 황교안 대표는 민부론에서 “지난해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4%가 넘는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일 때, 한국은 마이너스(–) 2.4%로 역주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국의 설비투자 감소 원인은 수출 충격 때문이다. 최근 수출 충격은 최근 몇 년과 다르게 반도체 분야와 관련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이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줄어든다. 그 장비가 설비투자로 잡힌다. 그래서 기업의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이라며 “또한 건설투자 감소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 후유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민부론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다시 가져오려면, 당시 정책으로 경제가 안정적이었고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는 제조업의 위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됐다. 그 결과 2016년에 해운업과 조선업 사태가 터지고, 자동차산업 위기가 온 것이다. 2016년 4분기 전체 가계 중 60%가 소득이 후퇴했다. 중산층이 저소득층화되고, 저소득층은 빈민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2016년 경제 상황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 교수는 “예를 들어 민부론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제시했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겠느냐는 것. 하지만 기업은 제품이 많이 팔릴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투자를 통해 생산을 늘린다. 현재 경제침체는 수요가 부족해 생긴 문제다. 수요가 없는데 세금 깎아준다고 기업이 투자하겠느냐”고 설명했다.
또한 “현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 교과서에 있는 논리들을 재생산하지 말고, 세상이 바뀌었으면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부론에 대해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노동시장 유연화하자는 황 대표의 민부론은 재벌과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1%의 민부론. 대다수 국민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99%의 민폐론”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민생이 빠진 민부론은 가짜”라며 “747 공약과 줄푸세 등 이명박·박근혜 시절 실패한 경제에 대한 향수만 가득하다. 잘못이 확인된 처방을 다시 환자에게 내미는 것은 무능한 의사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감자탕집도 아니고…” 민부론 ‘원조’ 논란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민부론’을 발표하자, 그 용어를 두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저서 ‘국부론’을 모티브로 해 국부를 민부로 바꿨다. ‘부유한 국가 대신 부유한 국민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전직 정치인인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1994년 발표한 저서 ‘민부론’ 표지. 사진=강담사 김두관 의원에 따르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민부정책연구원이 지난 2006년 민부론을 이미 주창했다. 김 의원이 2012년 출간한 저서 ‘아래에서부터’에 민부강국 논의가 담겨있는 만큼 한국당이 ‘민부론’ 단어를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부론 발표 실무를 맡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부론 기자 간담회’에서 “이름이 비슷하다고 같다는 건 감자탕집이 ‘원조감자탕집’과 ‘진짜 원조감자탕집’ 갖고 따지듯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며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민부론이란 용어가 이미 과거부터 사용된 것이라 누가 먼저 사용했느냐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이후 거기서 파생돼 민부론이 간간히 쓰여 왔다는 것. 특히 1980년대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민부론이 제기됐고,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전직 정치인인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1994년 ‘민부론’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과거 고이즈미 내각에서 ‘구조개혁의 사령탑’으로 경제재정상, 금융상, 총무상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일본의 공공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부실채권 처리, 우정 민영화, 수도권·노동 규제 완화, 특구 설치, 감세, 공공사업 반감을 비롯한 재정 개혁 등 작업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학의 경제학과 한 교수는 “민부론도 그렇고, 과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기업 활력법 등 용어도 1990년대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정책을 추진했다가 창조산업이 처참하게 실패했다”며 “그걸 반면교사해도 부족한데 자유한국당 측 사람들은 그런 과거 일본의 용어, 정책을 그대로 가져다 쓰더라. 과거에 멈춰있고, 새로운 공부와 연구를 안 하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