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큰 영향 없지만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높아져…‘상장→지주사 전환→지배력 강화’ 이어질 듯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KCGI는 최근 통일과나눔재단으로부터 대림코퍼 지분 32.6%(343만 7348주)를 1200억 원에 매입했다.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62.3%를 보유하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는 KCGI의 지분매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지분거래 가격이다. 지난해 3월 대림코퍼는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55만 주를 448억 원에 취득한다. 주당 8만 1421원. 이 가격을 통일과나눔재단의 보유지분에 적용하면 2800억 원이다. 통일과나눔재단이 지난 4월 공시한 장부가도 2868억 원이었다. 최근 대림코퍼 순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기업가치가 급격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통일과나눔재단의 이번 매각의 직접 계기는 증여세다.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을 3년 안에 매각하지 못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재단은 3년 전 이준용 명예회장에게 주식을 증여받았다.
통일과나눔재단의 지난해 말 재무 상태를 보면 총자산은 3200억 원가량으로, 비유동자산인 대림코퍼 자산을 제외한 유동자산은 257억 원 수준이다. 장부가 기준 1500억 원에 달할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 KCGI는 이 점을 파고들어 헐값에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KCGI의 투자회수 전략은 상장이 정석이다. 대림코퍼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폴리머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다. 매출의 67%와 영업이익 92.6%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이번 물적분할은 대림코퍼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대림그룹 계열사들은 대림코퍼와 대림산업이 대부분 지배한다. 하지만 대림코퍼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21.7%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중을 상장사 기준 20%에서 3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림코퍼로서는 대림산업 지분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림코퍼 재무 상태를 보면 자본 1조 1729억 원, 부채 1조 4586억 원이다.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2200억 원가량이다. 대림산업 지분 9%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약 3500억 원. 상장 없이도 마련할 수도 있지만 빠듯하다.
이에 굳이 현금을 투입하기보다는 대림코퍼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대림산업을 다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지주사를 대림코퍼와 합병하면 현금투입 없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합병비율인데, 상장사간 합병이어야 시장가로 이뤄져 뒤탈이 없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대림코퍼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거 이해욱 회장의 개인회사와 합병 과정에서 차액에 대한 세금탈루 혐의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