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여력·실적 끌어올려 연내 매각 추진…보험 업황 좋지 않아 매각 성사 낮게 평가
서울 용산구 KDB생명보험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산업은행은 오는 11월 초 투자의향서(LOI)를 접수받아 숏리스트를 작성, 연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초에는 매각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작업 과정에서 6500억 원을 투입해 금호생명을 인수,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의 매각 작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까지 악화됐다. 2016년과 201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이후에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2월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는 등 건전성을 강화하고, 보장성 상품에 집중하며 실적을 높였다.
이를 근거로 산업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매각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다. 실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급여력비율도 2017년 말 108%에서 올해 상반기 232%까지 상승했다. 산업은행 측은 “잠재투자자는 다양한 거래구조를 제안할 수 있어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 및 재무적 투자자의 많은 참여가 기대된다”며 “잠재매수자 면담 등을 통해 달라진 KDB생명의 모습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된다면 M&A(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보험업의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있어 재무적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KDB생명의 실적도 흑자전환한 지난해에 비해 올해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64억 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335억 원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실적 373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오히려 10.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올해 상반기 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461억 원 대비 85.04% 급감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KDB생명이 저축성보험보다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수익보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총 보험료 측면에서는 규모가 작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매각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5000억 원이 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인수 및 유상증자 등으로 이미 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를 회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세 차례의 매각 절차에서도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이 있었으나, 최저입찰가액을 밑도는 등 산업은행이 원하는 금액이 맞춰지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보업계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사실상 잠식했다. KDB생명은 업계 13위 수준이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개선돼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도, 생보 업황이 좋지 않은데 과연 1조 원을 넘게 주고 인수할 기업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이종현 기자
이처럼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까닭은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수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재무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투입한 공적자금을 다 회수하지 못하고 일정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에는 KDB생명을 매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동걸 회장도 지난해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매각절차 돌입을 위해 외부기관에서 KDB생명에 대해 대리실사 중이다. 아직 가치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적정가격과 매각 강행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서둘러 매각을 추진하는 데는 경쟁사가 M&A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생보사 매물은 KDB생명이 유일하다. 하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최근 해외자산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이들 회사도 정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까닭에서다.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해 시장에 나온다면 KDB생명보다도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33조 원과 20조 원이다. 인수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두 회사가 묶어 매각이 이뤄진다면 단숨에 자산규모로 업계 5위권의 생보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KDB생명의 자산은 19조 원에 불과하다. 경쟁에서 밀려 매각가가 더욱 떨어질 위험이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