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이번에는 세 길이 청와대 정문에서 100m 앞까지는 열렸다. 촛불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데 따라 법원이 시위 허가지역을 점차 넓혀 청와대 정문 앞까지 확장한 결과다. 3년 사이에 광화문 시위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두 시위에는 같은 점과 함께 다른 점도 있었다. 우선 필자가 광화문에 간 이유부터 그랬다. 현장 확인이라는 목적은 같았지만 3년 전엔 시위의 취지에 절반만 공감한 반면, 이번에는 절대 공감 속에 항의의 소리를 보태러 갔다.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구호도 같았다. 촛불 때는 박근혜 대통령만을 직격한 구호였으나 이번은 조국 장관을 사퇴시키라는 표현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다. 그 점에서 탄핵의 강도에 차이는 느껴지나, 국민의 요구를 계속 거부한다면 대통령을 직격하는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시위의 발단이 두 사람인 것도 같다. 촛불 시위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였고, 이번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다. 최순실 씨가 비선 실세였던 데 비해 조 장관은 공개된 실세이다. 국민들 몰래 한 농단과, 대놓고 하는 농단이라는 점이 다르다.
시위군중의 규모는 그때나 이번이나 비슷했고, 주최 측의 숫자 부풀리기도 같았다. 그러나 군중의 구성요소는 달라보였다. 3년 전 광화문광장의 깃발은 대부분 노조나 시민단체들의 것이었으나, 이번은 군대 동기회 및 각급 학교 동창회의 깃발이 많았다.
두 시위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지만 촛불 시위는 조직화된 세력에 의해 일사불란했고, 이번은 필부필부가 많아 보였다. 그래서 이번 시위가 비조직적이고 산만해 보이긴 했으나 반영된 민심은 3년 전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필자는 아무런 깃발도 없는 네 개의 친목모임의 일원으로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만으로 현장에 갔지만 인파에 묻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각자 선 자리에서 시위를 하자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3년 전 광화문광장에서 외치던 함성보다, 청와대 정문 앞까지 몰려온 시위자들의 함성인지라 대통령의 귀에 훨씬 크게 들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귀를 막았는지, 기껏 하는 말이 ‘검찰개혁’이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겁박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검찰은 당시 박근혜-최순실 관계를 ‘경제공동체’라고 했는데,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관계도 그와 흡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시위의 결과가 3년 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
*글쓴이 노트 : 그동안 필자의 칼럼을 읽고 성원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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