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업권으로 반등 노리지만 변수 산적…현대 “남북경협 후 비약적 성장 가능”
남북경협이 현실화되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실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2000년 개성공단 토지이용권과 개발사업권, 금강산 관광 사업권, 전력, 통신, 철도 등 북한의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권에 대해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유효기간은 30~50년이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 11월 리포트를 통해 “개성공업지구 개발은 총 3단계 2000만 평 개발 계획 중 1단계 100만 평 개발에 머물고 있어서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1단계 재가동과 함께 2단계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사업은) 현재 1단계 개발에 머물고 있으며 2단계 개발까지 확장되면 주변 관광 5개 지구(내금강, 통천, 시중호, 동정호, 원산) 개발 사업도 착수할 가능성이 잠재한다”고 분석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그룹 빌딩.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남북경협이 진행되면 국가 차원에서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아산이 독점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2018년 10월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철도 공사와 관련해 “현대아산과 북한이 맺은 합의가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기간사업을 추진한다면 현대아산의 합의도 고려하되 하나의 권리로 작용되는 것은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2011년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일방적으로 제정해 미국의 한 무역회사를 금강산 관광 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체결한 사업권은 지금도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며 “신규 사업은 계약 주체와 협의가 필요하고 방법이나 기간 등에 대한 재협의는 필요하지만 대외적인 변수가 사라지면 유지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남북경협이 현대아산 실적에 도움이 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후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손실, 2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감내해 오고 있다”며 “사업 중단 전에는 연간 3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북한 사업권은 확장성 등이 있어 남북경협 후에는 현대그룹의 비약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대로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현대그룹의 상황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현대아산이 시행하는 사업들은 대북사업을 제외하면 규모가 크지 않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 이전인 2007년 현대아산은 16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2008년부터는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는 사이 현대그룹은 현대증권(현 KB증권), 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했고, 2016년 10월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현대아산의 부진이 계열사 매각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2010년대 들어 현대그룹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아산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금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말 241억 원이었던 현대아산의 자본은 2018년 말 7억 원으로 줄어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다. 현대아산은 지난 3월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을 345억 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 6월 말 284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증자 이후로도 자본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현대아산 유상증자액 414억 원 중 357억 원을 현대엘리베이터가 투입해 현대그룹 계열사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안 그래도 현대엘리베이터는 2017년 이후 매출이 하락세에 있다. 다만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외에 다른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 당장 생존에 위협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아산은) 국내 사업도 늘려가고 있다”며 “대북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건설, 관광 등의 사업을 계속 유지 및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2018년 5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제협력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또 2018년 12월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현대아산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지난 3월에는 41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대북사업 준비를 해왔다. 유상증자 당시 현대아산은 올해 7~12월 금강산 및 개성에 위치한 시설 개보수 등에 34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3자 회동을 했을 때도 현대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돼 남북 간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현대그룹 신성장동력 현대무벡스 상장 추진 현대그룹은 최근 계열사 현대무벡스의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며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무벡스는 크게 IT 사업 부문과 물류 사업 부문으로 나뉘며 해운물류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무벡스는 2018년 매출 1765억 원, 영업이익 109억 원을 기록하면서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무벡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와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상징성도 있다. 현대무벡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3.52%를 가진 현정은 회장이고, 정지이 전무와 정영이 차장도 각각 5.49%, 0.19%의 현대무벡스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무벡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 부분을 독립화해서 설립된 회사로 계열사와 시너지가 나게끔 하고 있다”며 “현대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