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사과하면서도 보상 언급 안해…정부가 82억 투입했지만 연구도, 환수도 부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식약처 국정감사에 ‘인보사’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왼쪽은 이의경 식약처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출석했다. 이우석 대표에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이어졌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점을 보고 받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느냐” 등등.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너무 송구스럽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변명의 여지없이 사과드려야 마땅하다. 반성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보상이나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 투여 환자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식약처에서 현재까지 검사를 진행한 인보사 투여 환자는 0명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 4월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검사 인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의경 식약처장은 “환자 2명이 최근 검사받기 시작했다”며 “12월까지 검사를 완료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환자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와 코오롱은 15년간 환자들을 장기추적조사해 종양 등 질병 여부를 밝히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인보사 투여 환자 3006명 중 식약처 장기추적조사에는 지난 1일 기준 2302명만 등록했다. 전체의 76%다. 또한 환자 검진을 위한 병원은 현재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유일하다. 즉 병원 및 시험실 선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인 것.
이에 대해 식약처는 “각 의료기관에 확인한 결과 환자의 장기추적조사 참여 거부, 연락 두절, 의료기관 비협조 등의 사유로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인보사 개발을 위해 3년에 걸쳐 82억 원을 투자했지만, 연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인보사 과제에 대한 현장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보사는 2015년 10월 정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2018년까지 82억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매우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2억 원을 지원한 1세부1위탁 과제는 초기계획서상 ‘유전자 변형 연골세포의 특성 분석’이었으나,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2액(형질전환 세포)의 특성분석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정상세포(연골세포)의 특성분석으로 연구내용을 변경했다. 계획대로 2액의 세포분석을 했다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을 위해 복지부 ‘신약개발 지원사업’(2002~2007년)으로 13억 원, 산업부 ‘바이오스타 프로젝트 사업’(2005~2011년) 52억 1500만 원 등의 지원금을 받았다. 총 정부 지원금은 147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는 지원금 가운데 25억 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에 투입된 정부 예산의 약 1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환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11일 이의신청을 접수했기 때문. 오는 10월 중 최종판단 후 환수조치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김 의원은 “아직 환수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금액도 연구의 적정성과 부정, 불량 여부에 따라 사업비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보사 투여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환자의 약 60%가 “투약 이후에도 통증 완화·관절기능 개선 등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품 투여로 인한 종양 발생을 걱정하는 등 우울·불안 증세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