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안정성 검토 의무 어겨”
4일 오후 법무법인 오킴스 오성헌 변호사(왼쪽부터),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 법무법인 오킴스 송진우 경영기획 실장이 코오롱인보사, 엘러간가슴보형물 사태 등과 관련 식약처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직무유기 혐의로 이의경 식약처장을 비롯한 식약처 고위 공무원 12명을 고발했다.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는 “식약처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에 따르면, 식약처 관계자들은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제약사로부터 받은 의약품 안전성 최신 보고인 DSUR 자료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성 보고서인 PSUR도 확인하지 않는 등 시판 중인 의약품에 대한 관리 의무를 어겼다. 이들은 “엘러간사의 인공유방보형물 제품에 대한 희귀암 발병 위험성을 알고도 해당 의료기기를 추적관리하지 않은 데다 수년간 환자들에게 위험성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식약처가 △시판 후 의약품 정보관리기준(GVP)에 따른 약물감시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고 △임상시험 중 발생한 출혈 독성 사례에 대한 다수 전문가 의견을 묵살했으며 △사망사례까지 발생한 특정의약품의 임상시험계획서 변경 제안도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그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사전 사후 의약품 안전검사를 행하지 않는 식약처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는 국민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성 문제가 연이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직무유기 행위를 지적한 내부 직원을 부당하게 징계하며 입막음하려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강 심사위원은 최근 의약품 심사․ 허가 전문성 강화와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는 등의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고발된 고위공무원들은 전·현직 식약처장을 비롯해 의약품안전국장, 의료기기안전국장, 임상제도과장, 의약품안전평가과장, 의료기기안전평가과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의약품심사부장, 종양약품과장 등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