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적응‧정책 실패로 사라진 SNS…“카톡도 영원할 수 없어”
버디버디와 다모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형 SNS(사회연결망서비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번 싸이월드의 ‘불통 사태’로 겪은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버디버디, 세이클럽, 다모임 로고.
#모바일 적응에 실패한 ‘세이클럽’
‘세이클럽’은 1세대 포털로 불리는 ‘네오위즈’가 1999년 출범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채팅과 음악방송 기능 등에 힘입어 회원 수는 1600만 명까지 모였고, 자신감을 얻은 세이클럽은 세계 최초로 ‘아바타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당초 유료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앞섰지만, 1년 만에 매출 130억 원을 달성할 만큼 성공했다. 이후 세이클럽은 ‘피망’이라는 게임포털 브랜드를 구축하며 게임 사업까지 확장해 영역을 넓혔다. 세이클럽을 바탕으로 2007년 4월에는 ‘네오위즈인터넷’이 네오위즈에서 분할 설립됐다. 당시 자본금은 1100만 원이었지만, 2008년 12월 31일에는 자본금이 1억 207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후 네오위즈인터넷은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세이클럽은 지금까지 생존해 있으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이 같은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모바일 적응 실패’가 꼽힌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세이클럽은 채팅 웹에 한정됐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적응을 못했다”며 “페이스북 같은 SNS는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바일 적용에 성공했지만, 세이클럽과 싸이월드는 이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거대한 후발주자에 밀린 ‘버디버디’
메신저 버디버디는 2000년 1월 출범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조사(리서치인터내셔널의 ‘메신저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2003년 8월 기준 국내 메신저 점유율은 MSN 60.1%, 버디버디 19.6%, 다음 9.6%, 지니 4.2%, 야후 3.0%으로 나타났다. 윈도XP가 배포되는 과정에서 윈도XP에 설치된 윈도메신저 MSN이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버디버디의 점유율은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연령층에서도 확연히 구분됐다. MSN는 업무에서 메신저를 사용하는 성인들이 주를 이뤘다면 버디버디는 10대 청소년들이 주로 찾았다.
회원 수 4200만 명에 육박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던 버디버디는 2008년 2월 29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사인 ‘위메이드’에 인수됐다. 위메이드는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집중했는데, 당시 이용고객이 고연령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저연령층 회원 확보를 고민했고, 그 결과 저연령층을 확보한 버디버디를 인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4년 동안 버디버디를 유지하다가 2012년 5월 25일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버디버디는 서비스 종료에 대해 “급속한 시대의 변화에 버디버디의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위메이드 측은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금난의 문제로 서비스를 종료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버디버디 몰락의 배경에는 우후죽순 늘어난 후발주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수많은 메신저들이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2000년 초반 등장한 드림위즈의 지니, 세이클럽의 타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 등 메신저들이 덩치를 키워갔고, 2000년 후반 다음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등이 등장했다. 업계에선 당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버디버디가 그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초창기 ‘한국형 SNS’는 모바일 시대와 세대 변화 적응, 정책 실패 등의 이유로 오래 가지 못했다. 사진은 스마트폰을 보며 신호를 기다리는 서울 시민들. 사진=박정훈 기자
# 갈지자 행보 보이다가 사라진 ‘다모임’
1999년 10월 25일 설립된 인터넷 커뮤니티 ‘다모임’은 국민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과거 학창시절 동창을 찾고, 이들과 다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는데, 회원 수가 2000년 6월에는 79만 명, 9월에는 322만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다모임은 2006년 연예기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에 인수됐다. 에스엠은 다모임에 30억 원을 투자하며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부터 다모임은 동창회 모임을 위한 커뮤니티가 아닌 UCC(이용자제작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다모임 상호를 ‘(주)에스.엠.온라인(이하 ‘에스엠온라인’)’으로 바꿨고 ‘스타 커뮤니티’, ‘팬클럽 서비스’ 등을 부각시키며 더 이상 기존의 ‘친구찾기’, ‘동창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에스엠과 에스엠온라인은 협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얼마 안 가 에스엠이 에스엠온라인을 매각했고 소리바다가 약 141억 원을 투자해 이를 인수했다. 이후 에스엠온라인은 UCC 플랫폼인 ‘앰엔캐스트’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으로 UCC 사업에 투자하려 했으나 2009년에 자금난을 겪으며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세계 1위 UCC 사이트로 불리던 유튜브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국내 UCC 사이트가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엠엔캐스트 운영부터 폐쇄까지 과정은 지금의 싸이월드와 닮아 있다. 엠엔캐스트는 운영 도중 갑작스레 서버를 중단하고 재개하는 것을 반복했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이용자들은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 어렵게 업로드한 동영상들의 행방을 알 수도 없었고 백업도 어려운 상황인 탓에 이용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모회사인 소리바다 측도 엠엔캐스트와 에스엠온라인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소리바다 측은 “자체 수익성 개선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추가 지원은 어렵다”며 “에스엠온라인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면 지분 매각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에스엠온라인은 엠엔캐스트의 실패와 함께 폐업처리됐다.
# 한국형 SNS 실패 세 가지 이유
뉴미디어업계에서는 한국형 SNS 실패 요인을 △기술 환경 변화 적응 실패 △정책 실패 △세대·문화의 변화로 꼽는다.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며, 사용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영상 서비스가 실패한 것은 업로더들에 대한 ‘보상’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 역시 ‘정책 실패’로 볼 수 있으며 유튜브와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세대가 변하고 텍스트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동영상으로 바뀌어가는 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이를 가장 잘 간파하고 변화한 것은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앞의 관계자는 “유튜브는 PC 시절 탄생했기 때문에 모바일에선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잘 정비해 적응했고 더 나아가 커뮤니케이션과 댓글 기능을 추가해 활동 영역을 넓혔다”며 “이 같은 이유로 당분간 (유튜브가) 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위정현 교수는 “국내 SNS는 독점할 수 있는 힘이 사라지면 후발주자에 또 밀릴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도 영원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기에 하루 속히 글로벌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