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인베스트먼트·수출입은행 합병 발언 논쟁…대기업·수도권 중심 금융지원 대한 지적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 참석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감에서 질의가 쏟아진 건 KDB인베스트먼트였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로 올해 4월 공식 출범했다. 이동걸 회장이 취임해 가장 힘을 쏟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역할이 혁신기업 지원을 통한 국내산업의 세대교체라고 봤기 때문. 이에 출자회사의 관리와 매각은 K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몇몇 전문가와 시장에 맡기고, 산업은행은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감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을 두고 산업은행이 존재 목적을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은행 인력을 자회사로 내려 보내기 위한 조직이라는 것.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를 신설한 것은 산업은행 본연의 임무인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기능 보완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자회사에 넘기고 방탄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의 역할은 구조조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회사 설립은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이 회장은 여러 차례 “산업은행은 재무적 구조조정은 잘하지만 영업력이나 기업가치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며 “KDB인베스트먼트에서 시장 전문가들을 영입해 이를 맡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DB인베스트먼트의 전체 인력이 15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회장이 주장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합병론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9월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여러 기관에 분산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합병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선동 의원은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 합병을 논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합병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회장은 개인의 의견이라는 전제에 논란을 일으킨 점을 두고 사과하면서도, 합병 필요성에 대해서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금 각국에서 4차 산업혁명 차원에서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 투자와 대규모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정책금융기관은 여러 개로 분산돼 소액 지원은 되는데 거액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의 혁신기업 지원, 지원 집중 등 입장과는 달리 산업은행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 비중은 늘린 반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산업은행 기업규모별 대출비중’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총대출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66.8%에서 지난해 말 70.1%로 3.3%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28.6%에서 27.4%로 미세하게 낮아졌다.
정책금융은 정부에서 특정 산업이나 업종을 육성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내주는 것을 뜻한다. 이에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자금이 대기업 살리기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재호 의원은 “정책금융 자금이 대기업 살리기에만 투입돼선 안 된다”며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산업은행의 기업금융 투자가 수도권에만 쏠려있고 지방 기업 투자에는 소홀한 모습이 드러났다. 장병완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8년 기업투자지원액 5조 2854억 원 중 79%(4조 1817억 원)를 수도권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광주, 전남, 강원 지역의 기업에는 투자가 전혀 없었다. 장병완 의원은 “국책은행의 투자가 민간은행처럼 보이는 가치만 보고 지원하면 국책은행으로서 존립 의미가 없다”며 “국책은행은 단순한 손익보다 국가 경제 전체를 고려한 운영을 해야 하며 어려운 지역경제 지원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관련법 상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온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에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며 “수도권 소재 기업 지원 쏠림 문제는 2019년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2018년 말 대비 지방 소재 기업 지원 비율이 확대됐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자금, 대출금 상환 유예제도 등 별도의 우대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회장의 정책방향과 산업은행의 행보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산업은행도 최근 혁신성장 관련해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혁신성장 분야에 지원하는 자금은 올 한 해에만 64조 원이 넘는다. 중소·중견기업이 혁신산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올해 44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사진=임준선 기자
한편 산업은행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최근 5년간 금융사고 발생액이 129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금액의 41%를 차지하고,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금융사고 방지에 앞장서야 하는 국책은행이 오히려 금융사고의 중심에 서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부패방지지수도 하락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은행 부패방지지수가 종전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다”며 “내부단속을 잘해야 한다. 최근 특경법 횡령한 직원도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고객들의 투자성향과 다르게 펀드에 가입시킨 점도 문제가 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펀드 부적합 가입률이 높다는 것은 고객의 투자성향과 다르게 위험한 상품을 팔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국책은행에서 이런 공격적인 투자 권유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창구에서는 지도를 하는데 인터넷을 통한 가입의 경우 본인 투자성향과 달리 투자 의사가 있다고 동의하는 고객이 있다”며 “인터넷에서 다소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향후에는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산은, GM대우·대우조선해양 시끄러운데 KDB생명 매각 추진 GM대우,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KDB산업은행이 관여한 기업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맡은 GM대우는 일부 국내 생산이 중단 위기에 몰렸다. 7조 원을 쏟아 부어 회생시킨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헐값에 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피해기업 등에 대한 산업은행 역할도 강조됐다. 이런 와중에 산업은행은 지난 9월 30일 KDB손해보험 매각공고를 내며 매각절차에 네 번째로 나섰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칸서스밸류PEF와 특수목적법인의 KDB생명 지분 92.73%(8800만여 주) 및 경영권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11월 초 투자의향서(LOI)를 접수받아 숏리스트를 작성, 연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초에는 매각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보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매입 의향자가 나올지, 원하는 매각가를 받아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및 유상증자 등으로 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투입한 공적자금은 두 차례 유상증자를 포함해 8000억 원”이라며 “시장에서 KDB생명 매각가를 최저 2000억 원에서 최대 8000억 원까지 넓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가를 받아도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지적에 이 회장은 “우리가 인수하고 중간에 실패했지만, 지난 1년간 굉장히 빠르게 경영 정상화되고 있다”며 “좀 더 받겠다고 안고 있는 것보다 파는 게 산업은행에 도움이 되고 비용도 최소화한다고 생각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