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혀 차고 팔짱 끼고…‘공수처’ 강조하자 고성 터져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2일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찾아가 먼저 청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박은숙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전세계적인 경제 하강 국면 속에서 한국 경제 상황이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또,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30여 분간 이어진 시정연설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28번의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부터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소속 한 두 명의 의원들이 박수를 치려고 했다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움직임을 멈추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통령 시정연설 도중에 지속적으로 혀를 차거나 야유를 보냈다. 팔짱을 끼며 외면하는 태도도 보였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개선된 고용지표를 거론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비웃거나 “그만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의원들의 고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이라고 말하며 한국당 의원들을 바라봤다. 이 상태로 몇 초간 뜸을 들였다가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연설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이 아닌 한국당 의원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움직였다.
문 대통령은 잠시 머쓱한 표정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등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의원들을 쫓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얼떨결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악수에 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호·김성태·김세연·김현아·이주영·홍문표 의원 등 일부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