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은 공멸 알지만 통합 전망 어두워…반문연대 기치 내건 단일화 가능성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최근 기자와 만난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여기엔 바른미래당의 10% 남짓한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이 작용한 셈이다.
바른미래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총선 논의가 시급하지만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안철수 계로 분류되는 한 관계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포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당은 쪼개지기 직전이다. 이제 분당은 막을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양당 인사들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통합의 방법, 명분 등을 놓고 벌어지는 수싸움 차원이다. 한국당 다른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 치르는 사람은 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도 기득권 내려놓고 결단을 해야 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부터 바른정당 계열 의원과 원하는 사람 모두 참여하는 빅텐트 당내 경선을 해서 새로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에서 이런 주장은 아직 소수파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 추세를 보면서 잘 되리라는 낙관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금 당장 수도권 예상은 비관적이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9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유승민계 몇몇은 한국당과 한 배를 타느니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중도 보수 스탠스를 유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주축이 된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에서도 한국당과의 연대보다는 안 전 대표 귀국이 더 큰 관심사다. 다만 안 전 대표까지 귀국한다고 해도 3당 혹은 4당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총선에서 생존 가능성은 어둡게 보는 게 다수다.
‘합당은 불가능하니 선거 연대로 선회하자’는 얘기가 퍼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모델로 하자는 구체적인 논의도 오가는 모습이다. 정책은 다르지만 반MB(이명박), 반박근혜를 구심점으로 진보 계열이 모였던 것처럼 반문재인을 기치로 야당이 모이자는 게 그 골자다. 각 당이 후보를 정하고 민주당, 정의당처럼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면 된다는 게 아이디어도 뒤를 잇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문연대를 기조로 선거연대를 한다면 모든 당이 모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호남에서 의석을 내기 힘든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민주평화당 등 국민의당 계열에 양보가 가능하다. 영남에서는 반대로 이들이 양보하면서 서로 요구가 맞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일화를 얘기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쪼개지기 직전이고, 한국당은 당 내 인적쇄신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 수사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당 내부가 변할지 모르는데 단일화까지 이야기하는 건 너무 앞서간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 한 당협위원장은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결국 어떤 답이든 찾을 것이다. 박지원 의원도 지금과 같은 판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 분이 선거를 포기하리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민주평화당까지 함께하는 무언가 큰 판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이제 막 선거전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본격적으로 선거 관련 논의가 있을 앞으로의 5개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