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1년 4년간 14억 1500만 원 감액…독도 문제 대처 위해 예산 증액 필요 지적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동북아역사재단 산하 독도연구소. 사진=이동섭 기자
독도연구소는 이명박 정부 초창기인 2008년 8월 14일 출범했다. 그전까진 동북아역사재단 제3연구실이 독도 관련 연구를 담당했다. 독도연구소가 출범한 계기는 대통령 지시였다. 2008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을 방문해 “독도 문제가 중요하니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동북아문화재단 제3연구실은 독도연구소라는 독립 조직으로 변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내부 관계자 A 씨는 “독도연구소 개소 이후 독도 주권 수호 연구는 더욱 비중 있게 다뤄졌다. 연구소는 독립적인 연구와 홍보를 바탕으로 독도 주권 수호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말처럼 독도연구소는 정부가 주도하는 독도 주권 수호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도연구소는 독도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분석과 더불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활동을 펼쳐 왔다. 동해-독도 표기 오류를 시정하는 것 역시 독도연구소의 몫이었다. 독도연구소가 사실상 정부의 독도 주권 수호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온 셈이다.
독도.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독도연구소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예산 삭감이란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의 2019년 동북아역사재단 지원사업 설명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 주권 수호 및 해양연구’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2억 3780만 원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8억 9980만 원이던 독도 연구 예산은 올해 6억 6200만 원으로 줄었다. 예산 변동 세부 내용은 이렇다.
올해 ‘일본 주장의 허구성’ 연구 예산은 1억 9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억 900만 원 줄었다. ‘동아시아 영토·해양’ 연구 예산은 2억 8500만 원, ‘동해 명칭 표기’ 연구 예산은 3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억 2000만 원, 5200만 원 깎였다. ‘독도 주권의 연원’ 연구 예산만이 전년도 대비 4300만 원 증액된 1억 5600만 원으로 편성됐다. 한·일 갈등 국면과 별개로 정부의 독도 관련 연구 예산 대부분은 감액 대상으로 분류됐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최근 일부 행정·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 독도가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돼 있던 사실이 밝혀져 지적받았다”면서 “국가를 흔들려는 이들에 단호하게 맞서려면 치열한 역사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독도 주권 수호 관련 예산도 증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도연구소 관계자 B 씨는 “독도연구소가 출범한 이후 잘나갈 땐 2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독도연구소 예산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며 “현재 연구소 내부에선 줄어드는 예산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2008년 8월 14일 집권 당시 독도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전 정권 흔적 지우기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5년 단위 재정 소요를 산출한 ‘중기재정 소요 및 산출 근거’ 기조가 현 정부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 크게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유다.
동북아역사재단 ‘2017~2021 중기계획’에 따르면 2017년 독도주권수호 및 해양연구 예산으론 7억 7800만 원이 편성됐다. 2018, 2019년엔 각각 9억 원의 연구 예산 편성이 예정돼 있었다. 2020, 2021년엔 매년 13억 원 규모로 독도 관련 연구 예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018~2022 중기계획’의 독도 연구 예산은 이전 중기계획안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새로운 중기계획이 명시한 독도주권수호 및 해양연구 예산은 2018년 9억 원, 2019년 6억 6200만 원, 2020년 7억 800만 원, 2021년과 2022년 각각 7억 1500만 원으로 예정돼 있다. 계획 변경으로 인한 독도 연구 예산 감액 규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총 14억 1500만 원에 달한다.
독도연구소 최운도 소장은 10월 23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독도 연구 예산 증감에 따른 유권해석은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독도연구소는 주변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독도 관련 연구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