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불투명, KT 대주주 전환 발목…주주 구성 다양한 토스컨소시엄, 유상증자 협의 ‘리스크’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제3호 인터넷은행 유력 후보로 점쳐지는 토스뱅크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7년 4월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악화일로 케이뱅크,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 절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는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가경법 위반 시 대주주 결격 요건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러나 개정안은 금융관련법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요건은 제외하자는 내용을 다뤘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됐다.
이 개정안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특정 기업만을 위한 특혜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현재 KT와 케이뱅크만 해당 법안 통과가 절실한 까닭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어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 또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뱅크 대주주 전환에 차질을 빚었으나,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반면 KT는 지난 3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지난 4월 입찰담합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57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탓에 케이뱅크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완화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 23일에는 논평을 내고 “내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거래법 유효성 제고에 앞장서야 할 국회 정무위에서 규제 위반을 당연하게 여긴 채,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현실에 놀라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처벌 받은 전적이 있는 산업자본이 은산분리 원칙 훼손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원칙마저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케이뱅크는 인가 당시부터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2015년 예비인가를 받을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대주주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은행법상 은행의 대주주가 되려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BIS 비율)이 업종 평균 이상이어야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5년 6월 말 자기자본비율이 14%로 국내 은행 평균(14.08%)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통해 6월 말이 아닌 최근 3년 평균치로 기준을 적용해 우리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했다.
인가 때부터 논란이 된 BIS 비율은 현재도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 비율은 10.62%로 국내 19개 은행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케이뱅크는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영업을 중단했으나, 오는 연말 BIS 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추정되면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되며 KT가 대주주로 오를 수 없는 만큼, KT의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지난 1월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가 가능성이 높은 토스컨소시엄이 케이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회견에서 이승건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력 후보’ 토스뱅크, 케이뱅크 전철 밟나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처한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 또한 난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뱅크와 관련해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나 우회 증자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제3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것.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들보다 크게 매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러나 케이뱅크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 계속되면 제3인터넷은행을 추진한 금융당국 또한 난감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금융위는 상반기 1차 예비인가 신청에서 토스컨소시엄과 키움컨소시엄에 대해 각각 안정성과 혁신성 부족을 이유로 탈락시켰다. 이에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2차 예비인가 신청에서 키움컨소시엄이 재도전을 포기하며 흥행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2차 신청에는 토스를 중심으로 한 토스컨소시엄과 소상공인연합회 중심의 소소스마트뱅크, 개인투자자들 중심의 파밀리아스마트뱅크 세 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2차 예비인가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세 곳 가운데 인가 가능성이 가장 큰 토스컨소시엄이 케이뱅크가 당면한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다양하게 구성된 주주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게 됐는데, 토스컨소시엄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 케이뱅크는 KT의 유상증자가 어려워지며 지난 7월 우리은행과 DGB금융지주가 주도하는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DGB금융지주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분에 따른 유상증자를 고수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3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오르고 KEB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각 10%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를 맡을 계획이다. 이 밖에 SC제일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도 주주로 참여한다. 다양한 주주구성으로 혁신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재무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유상증자가 필요할 때 주주들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력 또한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자본금의 약 75%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상환전환우선주란 약속한 기간이 되면 발행회사에서 상환을 받거나 발행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를 뜻한다.
이와 관련해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RCPS 이슈가 거론되는 것은 인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RCPS 이슈는 증권업 진출 추진 당시에도 언급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토스가 RCPS 형태로 차입한 자본금에 대해 안정적인 자본으로 보기 힘들다며 차입금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토스는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를 시사했다가 직후 번복한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KT의 ‘케이뱅크 살리기’ 우회 증자 시도하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KT가 꺼내들 것으로 보이는 대안은 자회사를 통한 우회 증자다. 케이뱅크는 KT 자회사에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을 넘기고, KT 자회사가 케이뱅크에 유상증자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사례가 있어 KT 또한 방법론적으로 우회 증자를 검토해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카카오의 경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만큼,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한도 초과 보유 주주에서 결격된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한국투자증권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KT 자회사 가운데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곳은 비씨카드다. KT는 비씨카드 지분 69.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KT에스테이트와 KT샛, KT엠모바일 등도 언급되지만 비씨카드는 이들 회사보다 자산총액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적합하다. 지난해 말 기준 비씨카드의 자산총계는 3조 7223억 원, 현금성자산은 2750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938억 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KT는 케이뱅크 설립 당시 비씨카드와의 시너지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주주사들과 협의 중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우회 유상증자 설과 관련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