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산하 PEF 주식 처분 과정서 부정거래로 상폐 몰렸다가 새주인 맞아 재기 나섰지만 미래 불투명
에이비씨온라인이 와이디온라인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기업 회생 가능성이 커졌으나,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와이디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 공시에 따르면 에이비씨온라인은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인해 와이디온라인 최대주주로 올랐다. 에이비씨온라인은 25억 원의 유상증자로 와이디온라인 지분 69.85%를 보유하게 됐다. 신규 자금 투입이 이뤄지면서 기업회생 가능성이 커졌으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제기된다. 최대주주인 에이비씨온라인이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아직까지 와이디온라인이 게임제작 업체로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주인 ‘에이비씨온라인’의 정체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에이비씨온라인은 지난 6월 18일 설립됐다. 지난 6월 27일 와이디온라인의 매각 공고가 공시되기 불과 일주일가량 전에 설립된 셈이다. 와이디온라인은 6월 27일부터 7월 10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았으나,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곳이 없어 조건부 인수예정자였던 에이비씨온라인이 최종인수자가 됐다.
앞서 미래에셋PEF의 부정거래와 전·현직 경영진 간 횡령 혐의 고소사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투자자들은 새로운 최대주주 에이비씨온라인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에이비씨온라인 관계 회사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또 다른 코스닥상장사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회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상장사 에이비씨솔루션은 에이비씨온라인과 대표이사와 회사 주소가 같다. 에이비씨솔루션은 2000년 3월 설립된 회사로,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에이비씨온라인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에이비씨솔루션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 씨엔플러스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씨엔플러스는 2003년 설립된 전자부품업체로 201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대표이사 변경이 잦아졌고, 2017년 3월에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을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또 2018년 8월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지정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에이비씨솔루션은 씨엔플러스 매매거래가 정지된 지 두 달 만인 2018년 10월 19일 3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3.1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에이비씨솔루션이 최대주주가 된 씨엔플러스는 2018년 10월 10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으나, 개선기간 종료 이후 지난 9월 23일 다시 상장폐지로 심의됐다. 결국 지난 14일 인스엘이디 주식회사가 40억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8.9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씨엔플러스는 다시 개선기간 10개월을 부여 받았다. 에이비씨솔루션의 씨엔플러스 지분은 9.33%로 변경됐다.
씨엔플러스의 상황을 알고 있는 와이디온라인 투자자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8월 ‘갓 오브 하이스쿨’ 서비스를 원컴즈에 이관하면서 와이디온라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게임 서비스가 ‘외모지상주의’밖에 남지 않은데다, 신작 계획도 없다. 때문에 와이디온라인이 게임회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우회상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한 와이디온라인 소액주주는 “새로운 최대주주 에이비씨온라인이 30억 원 가까이 투자한 만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3월경 재상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회사가 회생한다 하더라도 게임회사로서의 생명은 끝난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에이비씨온라인이 실속 있는 회사인 것 같지만 와이디온라인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청산가치로 10억 원을 쳐준 회사를 코스닥 상장사라는 점만 보고 30억 이상 투자했지만, 별다른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뗀’ 미래에셋 책임 지적 여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에셋PEF가 투자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시니안유한회사(시니안)가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전·현직 임원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니안유한회사는 와이디온라인 지분 13.4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채권단의 감자 추진 과정에서 보유 지분 전량이 소각되며 관계가 단절됐다. 지난 7일 공시에 따르면 와이디온라인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발행한 보통주 가운데 시니안유한회사와 클라우드매직 보유주식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전량 무상 소각했다.
그러나 시니안의 투자실패 손실을 대신 떠안은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래에셋을 향한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니안 대표이사로 있던 유 아무개 전 미래에셋PEF 대표와 유 아무개 상무는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사채업자들이 앞세운 클라우드매직의 무자본 M&A(인수·합병)를 돕고, 이 과정을 정상적인 경영권 양도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의 허위공시 결과 2017년 12월 한 주당 평균 5000원으로 치솟았던 와이디온라인 주가는 1년 만인 지난해 12월 평균 8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검찰은 “정상적인 M&A로 믿고 와이디온라인의 주식을 매수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사의 투자실패로 인한 손실이 전가됐다”고 봤다.
앞서의 소액주주는 “미래에셋은 시니안 주식이 소각됐으니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미래에셋이 책임을 지도록 주주들이 시위라도 해야 했다는 후회가 들지만, 800원짜리가 된 주식에 다들 큰 기대가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은 시니안 보유 주식이 전량 소각되며 와이디온라인에 손을 떼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시니안의 와이디온라인 보유 지분은 채권단의 결정에 의해 소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의적 책임에 대한 지적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책임 여부를 확인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