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온라인화 시대에 더 빛나는 ‘국민 플랫폼’ 영향력, 시장 독점 우려도
제주시 첨단로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보험업부터 통신업 등 다양한 업체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으고 4차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카카오에 손내밀고 있지만, 협력을 넘어 플랫폼에 종속될 경우 산업의 혁신이나 질적 성장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10월 28일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해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은 자기 주식 1.57%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 2.53%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한다. 카카오는 KT와도 손을 잡은 바 있다. 카카오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8월 KT와 제휴하고, 5G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영역에서 결합 서비스를 함께 내놓는 등 협력하기로 했다.
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최근 카카오에 합작 보험사 설립을 제안했다. 카카오·카카오페이와 함께 생활 밀착형 일반보험 상품 위주의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으로, 연내 예비인가 신청이 목표다. 또 현대차는 올 3월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아이)와 음성인식 비서 기능을 적용하는 등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산업 전반에 ‘카카오 신드롬’이 부는 이유는 강한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다. 대부분 국민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카카오톡 플랫폼에 자사들의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MAU(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가 4417만 명으로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활동성이 높다”며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하면 사업하기 유리하기에 여러 업체들이 제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플랫폼 경쟁력은 오프라인의 온라인화가 가속화하는 요즘 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금융 등 오프라인에서 강세를 보였던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카카오 플랫폼의 몸값이 더 뛰었다. 보험업계는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보험설계사 인건비와 대리점 운영비 등 오프라인 채널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또 최근 고객들은 보험상품별 혜택과 보상을 따져 가입하는 추세여서 보험사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전문사이트에서 가격·혜택을 비교해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업체마다 부담이 큰 오프라인 채널 비용을 줄여 상품 가격을 낮추고자 고심 중”이라며 “보험업계 입장에서 온라인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젊은 세대 등 잠재 고객을 끌어내기 위해 카카오와 제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을거리 확보와 4차산업 진출 차원에서도 카카오는 업체들에 제휴 1순위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등 활용 가치가 높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고 연예기획사·영화사도 거느리는 등 콘텐츠 제작 기술이 뛰어나다. 음성인식·AI기술, SNS 플랫폼 등이 강점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반면 현대차와 같은 하드웨어 기반 업체, SK텔레콤 등 콘텐츠 공급업체, 삼성화재 등 오프라인 강자 업체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과 손쉽게 연결해줄 플랫폼이 필요하다. 따라서 양측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함으로써 시너지를 내겠다는 업계 판단이 카카오 신드롬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AI기술과 각종 콘텐츠를 접목·유통할 수 있는 사물이 필요하고, 제조업체나 콘텐츠 공급자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얹을 AI기술과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을 잡았다”고 봤다.
조수용·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부터 통신사업자 1위 SK텔레콤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카카오와 제휴에 나서면서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은행업계는 카카오를 축으로 한 이종산업간 결합이 긍정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편리하다. 아울러 카카오와 결합을 계기로, 네이버 등 다른 플랫폼 사업자를 축으로 한 제휴도 보다 활발해지면, 금융·커머스 등 분야마다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상품·서비스 가격도 저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 플랫폼에만 너무 의존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 눈에 띄기 위해 저가 상품 출시에만 치중하다 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보험업계의 경우 업체마다 보험료 낮추기에 급급하다 보면 상품마다 실제 보장하는 범위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좋은 상품을 출시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비대면 채널이 늘면 질적 측면에서는 상품이 하향평준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사의 비중도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을 판매한 뒤 수금이 안 되는 등 사후관리가 어려워지고,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완전 판매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가 플랫폼과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할 경우 혁신성은 줄고 가격만 올라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빌리티업계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선점하면 자본력이 부족한 다른 스타트업들이 경쟁에서 밀리고, 나중엔 택시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는 사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거대 자본으로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등 규제를 피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며 “대기업이 모빌리티 업계를 독점하면 스타트업들은 설자리를 잃어 승차공유서비스의 혁신과 경쟁은 사라지고 택시요금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