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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근래 각국의 집중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
세계 반도체업계와 철강업계가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하이닉스와 포스코 등 한국의 두 거대기업을 침몰 위기로 몰아넣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98년 부채 떠넘기기식 빅딜과 반도체값 하락으로 위기에 직면한 하이닉스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세계 반도체시장의 계륵으로 인식되면서 왕따당하기 시작, 꺼져가는 촛불처럼 근근이 빛을 발하고 있다.
또 포스코는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의 철강업체인 신일철을 압도하면서 가격리더로까지 부상하는 등 위세를 떨쳤으나, 지난 2000년부터 미국, 일본, 중국 철강업체들의 트라이앵글 협공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두 거대기업의 상황은 한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나 재계, 일반 국민들도 속을 태우며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두 업체가 부닥친 난관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답답함을 더해주고 있다.
[하이닉스]
끝없이 추락하는 반도체 D램값, 10조원에 이르는 부채, 영근뿌리처럼 얽힌 시중은행간 하이닉스 부채사슬, 수백만명에 이르는 하이닉스 개미 주식투자자들.
하이닉스 위기설은 이미 2년 전부터 표면에 떠올랐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늘어나는 부채, 답보상태의 영업수지 등 사실상 경상수지가 고사상태임에도 정부와 채권단에 의해 근근이 연명했다.
이헌재, 진념씨 등 현정부 들어 경제부처를 책임진 부총리들이 정책의 주안점을 하이닉스 회생, 혹은 처리에 두었으나 해법을 찾지 못했고, 전윤철 현 부총리도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가슴만 쥐어뜯고 있다.
세계반도체 전문가들은 그동안 하이닉스에 대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하이닉스를 청산하는 것이고, 둘째는 부채를 탕감한 뒤 우량기업에 매각해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등이었다.
그중 반도체업계가 겉으로 얘기는 하지 않지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청산. 이미 지난해 경쟁사인 S사 관련 금융회사에서는 ‘하이닉스를 청산해야 국내 반도체업계가 생존한다’는 보고서를 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특정기업에 대한 파산 여부를 주장함에 따라 해당업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지만, 여러가지 점에서 침묵의 지지표를 얻어내기도 했다. 실제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반도체업계 문제의 정통한 관계자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세계반도체 업계가 하이닉스의 향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 가지, 반도체 공룡 생산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LG반도체를 빅딜형태로 흡수하면서 생산규모가 급팽창, 2000년 말 현재 세계 D램 생산량의 20%를 넘게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마이크론테크놀리지, 인피트론 등 메이저급 회사들은 어떡하든 하이닉스가 사라져 주길 내심 원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문을 닫는다면 D램 생산량이 현재보다 20% 줄어들 것이고, 이럴 경우 반도체값은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실 세계 반도체값 하락이 공급과잉에서 오는 수급조절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이 ‘하이닉스 사망’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나서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손을 놓은 것도 어쩌면 하이닉스 죽이기를 위한 연막작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 마이크론은 정부측이 헐값에 하이닉스를 넘기기로 했음에도 입질만 하다가 끝내 손을 털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다가 회생의 카드를 잃었던 것이다.
[포스코]
포스코에 대한 세계철강업계의 경쟁심은 어느 분야보다도 치열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80년대 이후 일본의 신일철을 강력히 견제하면서 성장한 포스코는 90년대 들어서는 일본 철강업계가 흔들리는 틈을 타고 세계 철강시장의 최대 메이저로 군림했다.
특히 동남아시장에서는 가격조절 기능까지 담당할 정도로 포스코의 위력이 커지면서 일본과 미국 철강업체들은 수차례에 걸쳐 견제구를 날렸다. 포스코 견제에 가장 앞장선 곳은 미국업체들인데, 철강메이저들의 본산인 디트로이트에서는 매년 포스코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 2000년 미국 철강업체들은 현정부를 상대로 포스코에 대한 견제카드를 내놓을 것을 요구,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라는 고율의 관세장벽을 치고 나섰다. 포스코가 로비 끝에 일부 이 문제를 풀기는 했지만, 올 들어 다시 포스코의 철강수출에 대해 관세율을 높이는 등 장벽을 쳤다.
미국에 이어 포스코를 위협하는 또다른 세력은 일본. 70년대 이후 줄곧 포스코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신일철을 위시한 일본 철강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은 물론 가격조절권마저 포스코에 빼앗기면서 극도의 위기감을 느껴왔다.
지난 99년부터 일본 철강업체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 업체간 합종연횡 작전을 펴면서 가격담합 등의 특단조치를 취한 것도 포스코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견제구에도 포스코가 흔들리지 않자 일본 업체들은 한국내 또다른 기업과 물량거래를 트는 등의 내부교란 작전도 불사했다.
포스코를 압박하는 가장 큰 세력은 중국. 사실 중국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포스코가 걱정해야 할 정도의 세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내 자동차, 선박 등 2차 중화학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철강의 신수요처로 떠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포스코의 철강 수출 가운데 28%인 1백73만 톤을 중국시장에 내다팔았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를 비롯해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중국 철강수출 규모는 지난 97년 연간 11억5천만달러(2백13만톤)이던 것이 4년만인 지난해에는 17억2천6백만달러(3백81만톤)로 급증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올 들어 중국이 관세율을 기존보다 큰 폭으로 올리면서 미국과 같은 세이프가드를 치고 나온 것. 중국의 철강수입 규제는 중국내 산업보호라는 이유도 있지만, 포스코를 견제하려는 세계 철강업계의 기본맥락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포스코측은 “중국이 올해 관세율을 15~26%까지 올리기로 한 대상품목이 냉연강판, 열연강판 등 2차 가공품이고, 핫코일 등 주력품목인 원자재가 제외됐다”며 애써 태연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포스코 공세는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