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심흥선 교수팀, 양자역학 상태를 제어해 기존 기술 한계 돌파
심흥선 교수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KAIST 물리학과 응집상 양자 결맞음 선도연구센터 심흥선 교수팀이 나노 전기소자 내에서 전자 파동함수의 피코초(1조분의 1초) 수준의 초고속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촬영하지만, 이 방법은 셔터의 작동 속도보다 더 빠른 물체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나노 전기소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10㎓(기가헤르츠)보다 더 빠른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즉 서브 마이크론 길이 내에서 초속 104~105m로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의 움직임을 기존 기술로는 포착할 수 없다.
심흥선 교수 연구팀은 ‘나노 셔터’를 나노 전기소자 옆에 부착해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나노 셔터는 공명 상태(resonance state)를 갖는 불순물로, 나노 전기소자 내의 전자가 불순물 근처에 도달할 때 전자는 공명 상태를 통해 소자 바깥으로 나오게 돼 전류 신호로 관측된다.
전자 에너지와 공명 상태 에너지가 같을 때만 바깥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공명 상태 에너지를 시간에 따라 변화시켜 나노 셔터를 빠르게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나노 셔터를 여는 시간을 바꾸면서 전류를 측정하면 전자가 불순물 근처에 도달한 시점 정보를 얻게 돼 나노 전기소자 내의 전자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심 교수 연구팀의 이론적 해결책에 따라 일본 NTT 연구소는 영국의 국가표준기관인 NPL과 협력을 통해 나노 셔터 구현에 성공했다.
실험 연구팀이 이용한 나노 전기소자는 양자점 전자 펌프(quantum dot single-electron pump)로 이 소자는 단일 전자를 정해진 주기로 발사하는 역할을 하며 전류의 표준을 연구할 때 사용된다.
양자점 전자 펌프의 출구에 불순물 공명 상태를 구현해 양자점 전자 펌프 내에서 전자 파동함수가 공간적으로 진동하고 있음을 관찰했다.
진동수는 무려 250㎓로 시간으로 환산하면 수 피코초 수준의 진동이다. 10㎓ 이상의 진동수의 전자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심흥선 교수는 “양자역학 상태를 제어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개발한 나노 셔터는 전자의 양자역학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데에 활용될 뿐 아니라 전류 표준, 초정밀 전자기장 센서, 초고속 큐빗 제어 등 차세대 양자정보 소자에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NTT) 연구소, 영국국가표준기관(NPL) 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행하고 KAIST 물리학과 류성근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일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온라인판에 논문명 ‘Picosecond coherent electron motion in a silicon single-electron source’로 게재됐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