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바뀌기 전 새로운 시도 ‘5월의 밤’ 싱글 공개…유튜브 하고 싶은데 저 도와줄 편집자 없나요?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사실 시기에 상관없이 제 개인 경험담을 담은 노래예요. 제가 처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어떤 과정을 거치고 또 권태를 느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그 감정에 대해 제가 어떤 자세를 가졌는지에 대한 노래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들으시고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사랑을 시작하신 분들도, 끝나고 추억하시는 분들도 곡의 각 부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실 수 있겠죠.”
‘5월의 밤’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EP앨범 ‘ZZZ’ 이후 약 1년 만에 발표하는 신보다. 특히 김이나 작사가의 공동 작사로 눈길을 끈다. 함께 하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는 이 두 사람은 최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운이 좋았어요. 전부터 굉장히 만나 뵙고 싶은 분이었거든요. 정말 존경하고 가까이서 뵙고 싶었던 분이지만 그런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방송을 통해서 마주하게 됐어요. 또 먼저 (협업을) 말씀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김이나 작사가님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을 했는데 그 당시 제가 앨범 작업을 하느라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살이 더 빠져서 항상 끼던 반지가 헐거워졌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작사가님이 그걸 보시더니 흔들리는 연인 사이에 비유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그게 이번 곡에 절묘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어요. 저를 잘 관찰하시고, 포착하셔서 가사를 써 주시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죠.”
자이언티와 김이나가 함께 만들어낸 ‘5월의 밤’은 2019년을 한 달여 앞둔 11월 6일 오후 6시에 대중을 마주한다. 지난해 이후 1년간 큰 소식을 들려주지 않았던 그가 이번 싱글을 내게 된 데는 “해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는 2010년대에 활동했고, 그 시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해가 지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됐던 것 같아요. 2010년대에 저에게 좋은 일도 많았고, 여러 경험들도 있었죠. 사람들이 기억하는 자이언티의 여러 가지 모습이나 개성 있었던 신인의 이미지, 그 이후 ‘양화대교’를 내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런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사실 저는 해가 바뀌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알고 계시는, ‘자이언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갑자기 제가 몸무게가 막 늘거나 성형을 하지 않는 이상 이미지가 확 바뀌진 않겠죠(웃음). 음악이나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같은 데서 새로운 모습을 시도해보려고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제가 신인이 아니기도 하고 대중적인 아티스트가 아닌데도 저를 궁금해 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나를 좋아한다고? 왜?’ ‘진짜 용기 있으시다, 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밖에서) 해주신다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사실은 정말 죄송하기도 하고 또 감사한 일이죠. 제가 활동도 잘 안 하고, 약간은 좀 매니악한 외모인데 어떻게 하필 여기에 꽂히셔가지고(웃음)…. 일단 저는 그냥 대중이 저를 까먹지 않아 주신 데 감사해요. 공백기 동안 저를 그리워 해주신 분들이 ‘자이언티 왜 일 안 해’ ‘군대 갔냐’ 하고 아직도 저를 찾아 주시고 궁금해 하시니까, 해가 가기 전에 그런 마음에 보답하고자 노래를 내기로 결심한 것 같아요.”
자신을 ‘왜’ 좋아하는지 궁금한 만큼 자신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악플에는 면역이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은 보지 않는 편이라는 자이언티는 주로 대중과 직접 부딪쳐 반응을 살펴본다고 한다.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지 않냐는 우려에 “잘 못 알아보시더라”는 답변이 나왔다.
“제가 활동 전에는 주로 검은 머리기도 하고, 평상시에 정말 꾸미지 않고 돌아다니거든요. 사람들이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돌아다니는 걸 되게 좋아해요(웃음). 여의도, 광화문, 홍대 이런 데 길바닥을 돌아다니면서 진짜 모르는 사람 사이에 툭 끼어서 이야기도 나누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어린 친구들을 만나서 은근슬쩍 저에 대해 물어 보기도 하고…. 보통 연예인 분들은 좀 화려하게 입고 다니시고 시계도 좋은 것 차고 그러시는데 저는 편한 옷을 선호하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보통 갖춰 입은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시더라고요(웃음).”
그에게는 소통의 창구가 절실해 보인다.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도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최신 트렌드를 따라 잡을 만한 편집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방송 방향이 조금 유익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아무도 안 보시겠죠? 사실 웃고 떠들고 음악 안 하는 자이언티가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소통할 마음이 넘치긴 하는데 조력자가 필요할 것 같아요. 구인 공고도 내고 있습니다(웃음).”
다양한 방향을 겨누고 있긴 하지만 그의 목표는 더할 나위 없이 뚜렷했다. 결국은 가수로서, 아티스트로서 자이언티가 선택하고 서 있어야 하는 지점이 어디인지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저는 이 업계의 사람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그거예요. 프로페셔널한 팀을 꾸려서 (대중이 좋아하는) 라면 같은 노래도 냈다가,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 좋아할 법한 향신료를 마구 뿌린 노래도 냈다가 하면서 그런 식으로 (장르의 선호도를) 알아가는 게 제게 가장 즐거운 일이에요. 사실 가수라는 직업이 수명이 길지가 않은데 제가 언제까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 업계가 질릴 듯 말 듯 하면서도 여기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아요. 계속 일을 하려면 많은 사례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저 하나뿐이 아니라 저와 함께 작업하는 분들께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고 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