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직전 미팅 취소, 노쇼 바이어 줄줄이, 시스템 오류까지…진흥원 “일부의 불만, 각자 사정 있어“
10월 30일 있었던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 앞 줄의 테이블에 통역사만 앉아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국내외 바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소싱페어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연례 행사다. 마케팅 자본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매년 열리는 글로벌 페어나 상담회를 통해 자사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벤처사업부와 무역협회, 코트라 등에서 ‘G페어코리아’ ‘소비재수출대전’ 등의 소싱페어 행사를 마련해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한 중소기업 살리기에 앞장 서고 있다.
2019년 10월 29일~31일까지 열린 서울어워드 글로벌소싱페어도 이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이번 소싱페어는 올해로 2회를 맞는다. 서울어워드를 통해 엄선한 국내중소기업 상품을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고 기업과 바이어의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하는 자리다. 이날 행사는 서울산업진흥원이 발굴한 바이어와 국내 기업의 사전 매칭을 통해 400여 개 중소기업의 상품 1600개를 소개하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29일에는 환영만찬이 있었고 30·31일에는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 유통세미나와 서울어워드 선정 상담회 등이 열렸다.
문제는 30일 행사장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행사 몇 개월 전부터 사전 매칭을 통해 비즈니스 미팅을 잡아놓지만 당일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노쇼 바이어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행사에 참가한 복수의 기업 대표들은 “첫날 잡혀있던 미팅의 절반을 하지 못했다”며 “약속된 미팅 건수보다 훨씬 적은 수의 미팅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대표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30일과 31일 비즈니스미팅, 즉 매칭 상담회가 있었다. 이 시간은 사전 매칭을 통해 받은 시간이었다.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행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바이어가 나타나질 않았다. 말 그대로 ‘노쇼’였다. 1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행사장 관계자로부터 바이어가 못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는 당초 약속한 것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어 참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다른 행사에서도 비슷한 노쇼나 미팅 취소가 자주 벌어지는 것일까. 확인 결과 9월 한국무역협회에서 진행한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의 경우 노쇼 바이어로 인한 비즈니스 미팅 취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해외 바이어와 접촉하며 미팅 일정을 잡아 상담회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불참하는 경우는 있어도 해외 바이어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불만을 표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서울산업진흥원의 부실한 해외 바이어 관리가 비즈니스 미팅 대거 취소라는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불만 섞인 의혹이다.
게다가 주최 측의 치명적인 실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의 실수로 참가 업체에 ‘비즈니스 미팅 취소’ 메일이 발송됐다는 것. 일요신문에 이를 제보한 또 다른 업체 대표 B 씨는 “31일 오후, 현장에서 주최 측의 시스템 오류로 ‘비즈니스 미팅 취소’ 메일이 발송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메일을 받고 아예 현장에 오지 않은 참가사도 있었다.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약속 없이 현장에 방문한 업체 때문에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B 대표는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가 이러한 상황을 하청업체의 탓으로 넘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 2명이 “용역 업체의 실수”라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고, 이 용역 업체는 또 다른 하청업체를 통해 사과 전화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서울어워드 소싱페어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 주최로 이뤄졌으나 실제 진행을 맡은 것은 행사 대행업체인 G 사였다.
G 사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체 진행 용역을 맡은 것은 사실이나 인력 섭외 등은 또 다른 대행사인 T 사를 통해서 했다. 기업에게 사과 전화를 구한 것도 T 사 측 관계자“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 진행에 투입된 예산은 약 4억 9995만 원이다.
이처럼 이번 행사를 두고 현장의 불만이 쏟어지는 데 대해 주최 측인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어워드 기업과 국내외 바이어들의 매칭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노쇼 바이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정이 있었다. 행사 전날 회사 및 개인 사정과 비자 등의 이유로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알린 바이어들이 있었다. 현장에서 다른 미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일부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 불참 비율을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정확한 집계는 해보지 않았으나 50% 이상 불참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기회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메일 발송 오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어 사정을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최 측의 해명에도 이번 행사를 두고 참가사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고 있다. C 대표는 “행사 당일 영어 통역사들은 할 일이 없어 종일 놀았다. 영어권 국가의 바이어들이 오지 않아서다. 이날 행사장에 업체를 위한 자리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제품을 일일이 가방 안에 들고 다니며 보여줬는데 보따리 장사꾼이 된 기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도 바이어도 아닌 제품인데 제품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고 시민들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